
수천 개의 주사기가 오와 열을 맞추며 쏟아지는 이곳은 'L하우스'의 백신 완제품 포장실이다. 만들어지는 건 SK바이오사이언스 (67,800원 ▼700 -1.02%)의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스카이셀플루는 23일 올해 처음 출하됐다. 팬데믹으로 생산이 중단된 지 3년 만에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스카이셀플루는 4가지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4가 백신이다. 생산은 L하우스 생산동에서 이뤄진다. 생산동에는 총 9개의 '스위트'(SUITE)가 있다. 스위트란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원액을 주사기에 충전한 뒤 포장하면 완제품이 된다. 5번과 9번 스위트에서 스카이셀플루 원액이 제조된다. 1번과 4번 스위트에서는 국산 1호 코로나19(COVID-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생산됐었다. 지금은 생산을 멈춘 상태다.
백신 생산 현장에 들어가려면 위생모 등 복장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 공장을 둘러보는 동안 2번의 환복 과정 거쳤다. 품질을 철저하게 신경 쓰는 분위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생산동에서는 '품질과 관련해서 어떤 부분도 타협할 수 없다'는 내용의 문구를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설비는 대부분 자동화돼 있었다. 쉴 새 없이 소음을 내는 기계들이 직원만큼 바삐 움직였다. 먼저 백신 원액이 충전된 주사기(프리필드 시린지)가 일렬로 움직이며 쏟아진다. 주사기에 자동으로 라벨이 붙여진다. 이어 로봇팔이 주사기를 20개씩 집어 들고 빠른 동작으로 정렬한다. 내부 포장이 마무리되면 종이박스에 담긴다. 무게가 올바른지도 체크한다. 무게 조건이 맞지 않은 제품은 불량품으로 간주돼 출하에서 제외된다. 이날 오후 2시39분까지 생산된 8277개 주사기 중에서 무게가 맞지 않은 불량품은 7개였다.

L하우스 생산동에는 mRNA 백신을 연구하는 시설도 있다. CEPI(감염병백신연합) 지원을 받아 올해 초 생긴 시설이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의 mRNA 백신이 이곳에서 연구될 예정이다.
'세포배양' 방식 강조하는 SK바사, 이유는?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이 예방 효과가 더 좋다고 강조했다.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공장장은 "업계에서는 유정란 배양 백신을 '클래식'한 백신이라고 얘기한다"며 "세포배양 백신은 차세대 백신이라고 얘기한다. 다른 회사들도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공장장은 "아마도 다른 백신 회사에서는 소량으로 세포배양 백신을 만들었겠지만 수율 때문에 상업화는 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세포배양 방식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건 우리 SK바이오사이언스의 독감 백신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2027년 전후로 L하우스 FDA 인증 획득"L하우스는 WHO(세계보건기구)와 EU 등에서 GMP(의약품 제조·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의약품을 생산하기에 안전한 공장이라는 뜻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증하는 cGMP(우수 의약품 제조·관리기준)의 권위가 가장 높다. 회사는 2027년 전후로 FDA로부터 L하우스의 cGMP 인증을 받는 걸 목표로 잡았다.
박진용 SK바이오사이언스 품질(Quality)본부 본부장은 "2027년 플러스, 마이너스 1년 정도 해서 미국 FDA cGMP 승인을 받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미국으로 타깃하는 1차 제품군은 폐렴구균 백신 '스카이팩'으로 최종 출시 시기가 아마 2027년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하우스 수준은 EU-GMP라고 하지만 FDA 기준과는 약간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걸로 인지한다"며 "FDA cGMP 승인을 받는 건 제품 허가의 전초 단계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