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우선주의' IRA는 시작에 불과…"포괄적인 산업정책 필요해"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08.2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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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발효 1년, 무엇이 달라졌나]⑤

편집자주 '바이드노믹스'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이 지났다. IRA는 글로벌 공급망을 빠르게 재편하면서 기업에 변화를 강요했다. IRA 1년간 한국 기업에 생긴 변화, 그리고 앞으로의 숙제 등을 짚어본다.

'자국 우선주의' IRA는 시작에 불과…"포괄적인 산업정책 필요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작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IRA 세부 조항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각국이 보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IRA 시행 1년이 지났지만 IRA에서 명시된 '해외우려단체(FEOC)' 관련 세부 지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IRA는 FEOC가 생산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금지하고, 사용 시 각종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세부 지침이 없어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광물 조달에 IRA가 여전히 강력한 변수로 남아있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중국 CATL의 합작공장은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중국·러시아 등의 국가를 FEOC로 겨냥하고 있는데, 포드는 합작공장의 지분을 100% 가져가고 CATL로부터 기술협력을 받는 방식으로 IRA 조항을 회피했다. 이에 미 하원의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가 포드에 해당 계약서를 요구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화학, 포스코그룹 등이 중국 화유코발트 등과 양극재 합작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새 FEOC 세부 규정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지금 불가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IRA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수소 생산업체가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관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검토 중이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확대되지 않도록 청정에너지원을 사용하자는 취지다. 수소업계와 미국 상무부는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은 나오지 않았다. 지속가능항공유(SAF) 관련 보조금 가이던스도 확정 전이다.



무엇보다 IRA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다 강력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IRA가 "첫 번째 발걸음"이라는 취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법안에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며 IRA에 따른 각종 투자 유치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자찬하기도 했다. 유럽은 '유럽판 IRA'로 맞불을 놓고 있다. CRMA(핵심원자재법)는 중국 등 특정국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연합(EU) 내 가공 비중 대폭 확대에 중점을 뒀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에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국가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보다 중장기적인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며 "전기차·부품업계·배터리·소프트웨어 등 관련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텐데 인력과 연구·개발이 미국·유럽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며 "1990년대의 제조업 등 산업의 붕괴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포괄적이면서 구체적인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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