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경제전환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술이 아니라 정책으로 전환을 주도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정책공조의 중요한 출발점은 1992년 교토의정서다. 이때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글로벌 대응을 강화하자는데 합의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15년 마침내 196개 국가와 유럽연합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지구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약속했고 각 국가는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NDC)를 제출키로 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정책공조 노력으로 인류는 화석원료 비중을 낮추고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의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기술개발뿐이다. 경제성장까지 희생해가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탄소포집·활용·저장, 수소환원제철, 소형모듈원전 등 분야에서 탄소중립 기술이 상업성을 갖출 만큼 충분히 개발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지금 주요국들은 이러한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한다. 이것은 탄소중립 기술을 먼저 개발한 국가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스 투 제로'(Race To Zero)가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기술이 핵심적인 국가 경쟁력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저탄소 전환시대엔 탄소중립 기술이 핵심적인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