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이 IRA로 성과를 내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국가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외국기업의 대미 투자 계획 중 1억달러(약 1340억원) 이상 규모를 집계한 결과, 한국 기업이 내놓은 프로젝트가 20건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기업들의 프로젝트가 19건으로, 유럽 전역의 투자 약속보다 한국이 더 많다.
미국이 공급망 구축에 성공했다면 한국은 얻은게 뭘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국내 배터리 업계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은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를, 모듈은 kWh 당 10달러의 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한국 배터리회사들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보조금을 수령해 이익을 얻고, 배터리 시장도 선점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단독 및 합작법인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모두 14개 생산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적으로도 숙제가 생겼다.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내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국이 기업의 '리쇼어링'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한국은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EU도 IRA와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IRA로 인해 각국 정부가 자국 내 공급망을 가지고 오거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며 "기업은 정부간 경쟁을 잘 활용해 이익을 챙겨야 하고 정부는 각국의 정책들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 일자리가 빠져나가지 않게 국내 산업환경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