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많으면…은퇴 직전이 대출한도 가장 높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3.08.22 05:10
글자크기

DSR, 현 소득기준으로만 산정
생애주기별 소득변화 고려 안해

소득 많으면…은퇴 직전이 대출한도 가장 높다


"내일 모레 은퇴하는 고령자라고 해도 직전해 연소득이 많으면 감독당국이 정해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식대로 대출한도를 책정할 수밖에 없어요."(A 은행 관계자)

금융당국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경고장'을 날렸지만 정작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천편일률적으로 제시한 DSR 산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당국이 정한 DSR 산식에 따라 대출자가 50대든, 60대든 상관없이 직전해 연소득만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고 있다. 생애주기별 소득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현행 DSR 제도에 금융당국도 중장기적으로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21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총 대출액 1억원을 넘는 차주에 금융당국이 정해 놓은 은행업 감독규정과 시행세칙의 산식대로 DSR를 계산해야 한다.

은행들은 창구에서 주담대를 판매할때 감독규정에서 정한 산식대로만 기계적으로 소득 요건을 입력해 대출 가능여부, 대출 한도를 정하고 있다. 모든 은행이 동일하며 은행별로 별도의 DSR 모델은 없다. 대출자별로 유불리가 달라 논란이 될 수 있는 소득 기준은 보금자리론 기준에 따라 직전 1년 소득을 기본으로 한다.



예컨대 은퇴 2년을 앞둔 50대 대출자는 직전해 연소득이 1억5000만원으로 생애 최고 수준의 수입을 거두고 있을 때 대출한도가 10억원(30년 만기)으로 가장 많이 나온다. 은퇴 후 근로소득이 제로(0)가 되더라도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현 소득 기준으로만 한도를 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국가수사본부와의 업무협약식 체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소득이 없는데 지난해 소득을 가지고 대출을 신청했다고 치면, 현재 소득이 그해 상환액 범위 안에 든다고 대출을 내주는 것은 은행이 제도를 형식적으로만 지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의 생애주기를 반영하지 않는 'DSR 모델'을 지적했지만 현행 규정대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DSR 모델을 만들수 없다는 게 은행의 반응이다. 생애주기별로 소득 기준을 별도로 두는 경우는 대출자가 만 34세 이하인 경우 밖에 없다. 이 역시 금융당국이 정한 시행세칙의 '장래소득을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반면 다만 금융 선진국들은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DSR을 정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소득 산정 기준에서부터 DSR에 어떤 대출을 넣고 뺄지 모두 금융당국이 정하고 있고 은행 자율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생애주기별로 달라지는 소득을 DSR에 반영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다만 변동금리 대출자의 경우 향후 5년 안에 금리가 3%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가정한 차주별 '스트레스' DSR은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을 동일하게 가져갔을 경우 가계부채 관리의 용이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생애주기별로 소득을 어떻게 반영할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