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키우는 바이오 소부장… '실체있는 가치'의 힘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3.08.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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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코젠·마이크로디지탈·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등 바이오 소재·장비 국산화 강점 부각
전상버 소재·부품·장비 자급화 중요성 제고 속 경쟁력…신약 개발사 대비 안정적 매출 창출도

존재감 키우는 바이오 소부장… '실체있는 가치'의 힘


바이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기업들이 안정적 매출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차전지에 쏠렸던 관심이 분산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바이오업종은 여전한 변동성에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은 신약 개발사와 비교해 안정적 매출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아미코젠과 마이크로디지탈,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등 주요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바이오 소재 및 장비를 앞세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세 기업 모두 아직 매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해외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 소재와 장비 자급화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가능성을 주목받는 중이다.



의약품 원료 및 장비의 해외 의존도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왔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지난 2015년 24.5%였던 자급률이 2021년 24.4%로 오히려 낮아질 만큼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 화학의약품 대비 높은 기술장벽이 존재하는 바이오의약품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은 국내 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지적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높아진 의약품 원료 및 장비 자급화 필요성에 바이오 소재(원료)와 장비 분야 국산화 기술은 신약개발 기술만큼이나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태다. 때문에 각 사별 핵심 영역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들의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1세대 바이오벤처로 분류되는 아미코젠 (7,430원 ▼170 -2.24%)은 항생제 원료 제조에 필요한 효소 등 제약용 특수효소를 주력사업으로 한다. 독자 효소 기술을 기반으로 바이오 신소재 개발에 성공하며 건기식 등 헬스케어 사업 전반에 걸친 바이오 소재가 매출의 중심축이다. 올 상반기엔 종속회사인 아미코젠차이나를 기반으로 한 해외 원료·완제의약품 판매 실적 증가에 역대 반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현재 아미코젠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세포배양에 사용되는 '배지'와 항체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레진' 등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사 중엔 유일하게 국산화에 성공해 상용화 준비를 마친 상태다. 여수 레진 공장과 송도 배지 공장이 각각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특히 배지의 경우 범용부터 맞춤형 제품까지 고객사 요구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 초기 연구개발 기업이나 소형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국내사 중엔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시장 안착 이후 안정적 매출 창출 가능성이 주목받는 중이다. 아미코젠 관계자는 "두 분야 모두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예정으로, 전체 사업에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세부적 로드맵은 공개할 수 없지만 향후 주력 신사업으로 회사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디지탈 (7,880원 ▲180 +2.34%)은 바이오의약품 세포배양 공정에 사용되는 일회용 세포배양시스템과 소모품인 일회용 백(bag)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일회용백은 미국 다나허와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독일 싸토리우스 등 글로벌 대형 3사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 중이다. 유일한 국산화 기업 경쟁력을 앞세워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을 해당 사업으로 채우고 있다.

총 30여개국 60개사를 파트너사로 보유한 가운데 국내 주요 파트너로는 셀트리온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꼽힌다. 셀트리온이 다국적 제약사를 고객으로 한 대형 위탁생산 기업이라는 점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최근 미국 행정부 암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에 합류한 요소들이 맞물려 수혜 기업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지난해 마이크로디지탈 전체 매출의 54%에 달한다.

지난 10일 코스닥에 상장한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57,000원 ▼1,800 -3.06%)는 세포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나 진단 과정에서 필수적인 세포전처리 자동화 기술이 강점으로 꼽힌다. 해당 공정은 현미경으로 직접 분석하는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이 회사는 '래미나 워시'라는 자동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공정의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희소성 있는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 44개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72억원까지 성장했고, 올해 140억원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기간 고객사 역시 77개에서 138로 늘었다. 특히 화이자나 아스크라제네카, GSK 등 글로벌 상위 20개 대형 제약사 중 18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상장 첫날부터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레비티의 중국법인과 사체대 세포분석 전자동화 제품에 대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주도한 세포 분석 표준화 컨소시엄에 유일한 공정 장비 업체로 참가해 기술력에 대한 국제적 공신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이에 증시 입성 당시 희망밴드 하단(1만3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상장 이후 이달에만 두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며 이날 2만530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몸값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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