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4000억 빠져...中 부동산 위기에 떠나는 중학개미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3.08.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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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4000억 빠져...中 부동산 위기에 떠나는 중학개미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며 중학개미가 중국 펀드에서 환매를 시작했다. 불과 1개월 만에 중국 펀드에서 4000억원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ETF에서도 대규모 자금 회수가 나타났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설정된 197개 중국펀드에서 지난 1개월간 4000억원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까지 중국 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입되는 흐름을 나타냈는데, 하반기 들어 단기간에 자금 흐름의 방향성이 확 달라진 것이다. 이에 10조원에 육박했던 중국 펀드 설정액은 9조5702억원으로 감소했다.



ETF(상장지수펀드)에서도 자금이 대량 유출됐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에서는 최근 한 달 동안 1133억원이 빠져나갔다. 중국 관련 ETF 중에서도 운용규모가 큰 TIGER 차이나항셍테크에서도 882억원이 유출됐다.

그간 중국 펀드의 수익률 부진에도 저가 매수하는 자금이 많았는데 중국 부동산 위기까지 불거지자 투자자들이 환매 쪽으로 돌아섰다. 중국 펀드의 최근 1개월, 3개월, 6개월 평균 수익률은 각각 -2.54%, -8.11%, -15.16%를 기록했다. 최근 1년·2년 수익률도 각각 -24.24%, -38.19%로 수익률 부진이 장기화되는 흐름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중국 부동산 위기는 2020년 8월 시진핑 정부가 3가지 레드라인(총자산 대비 부채비율 70% 이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100% 이하, 단기채무를 상회하는 현금 보유)을 제시해 부동산 부문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며 "2021년 말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 파산을 시작으로 최근 중룽신탁이 투자 상품 환매를 중단하고 중신, 중성, 우광 등 다른 대형 신탁사도 최근 원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위기가 단기간에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부동산 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배제하고 있어서다. 다만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며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 팀장은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선에서 정책적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이 가시화될수록 현재의 부동산 위기는 '질서있는 파산'을 통해 위기감이 낮아지겠다"고 전망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중국 부동산과 경기에 대한 우려가 잔존하겠지만 이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전면적인 신용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제로 이미 부도가 발생한 부동산 개발 기업은 37%에 달하고, 이는 중국 당국이 부동산에서 문제가 전이되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는 뜻으로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지난 18일 시한폭탄이던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위안, 중국 5위 부동산개발업체)은 9월 2일 만기의 39억 위안 규모 채권에 대해 채무자에게 3년간 7차례 분산 상환 계획을 제시했다. 앞서 컨트리가든은 회사채 만기 이자 296억원을 갚지 못한 사실이 공개되며 부도설이 돌았다.

한편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대출우대금리(LPR) 1년물 금리 3.45%로 10bp 인하했고 5년물 금리는 4.2%를 유지했다. LPR은 중국에서 사실상 기준금리에 해당된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인하폭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급한 불을 껐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부동산 리스크에 대처하는 중국의 자세가 재확인됐다"며 "정부 개입보다는 채권 만기 연장으로 그룹이 결자해지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부채 리스크에 대해 과도한 우려도, 단기 해결 희망도 불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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