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그렇고 美도…싱가포르 리츠 주가가 추락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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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신탁(REIT)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싱가포르가 주요 2개국(G2)발 부동산 및 경제 둔화 우려에 흔들리고 있다.

730억달러(약 97조893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리츠 시장은 미국과 중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에도 미국 오피스 시장 회복세가 지지부진하고,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이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소식이 싱가포르 리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캐나다 금융그룹 매뉴라이프파이낸셜 계열의 리츠 운용사 '매뉴라이프 US 리츠'의 올해 상반기 자산가치가 공개된 이후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지난 20년 동안 수십 개의 부동산 신탁 상장을 끌어내며 일본 다음의 아시아 최대 리츠 시장으로 성장했다. WSJ에 따르면 싱가포르 주식시장에서 리츠는 전체 주식 시가총액의 12%를 차지한다.

'매뉴라이프 US 리츠'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최초의 미국 오피스 빌딩 투자 리츠다. 지난 6월 30일 기준 매뉴라이프 US 리츠의 부동산자산 가치는 16억3355만달러로,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4.6%가 급감했다. 팬데믹 해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들의 사무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자산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자산가치 하락은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21일(현지시간) 오전 9시 36분 기준 싱가포르 증시 내 매뉴라이프 US 리츠의 주가는 올해 70.37% 폭락했다.



21일 (현지시간) 오전 9시 36분 기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의 '매뉴라이프 US 리츠 주가' 추이 /사진=구글21일 (현지시간) 오전 9시 36분 기준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의 '매뉴라이프 US 리츠 주가' 추이 /사진=구글
시장 전문가들은 "매뉴라이프 US 리츠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미국 오피스 시장 침체에 이어 중국 거시경제 전망 악화가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 등 싱가포르 리츠 시장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6대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중국명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를 시작으로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WSJ은 "현재 중국 상업용 부동산 중심의 리츠가 (매뉴라이프 US 리츠와 같은) 하락을 보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흔들리는 중국 경제 회복세가 일부 신탁이 보유한 쇼핑몰과 산업단지의 입주율과 가치에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RHB은행의 비제이 나타라잔 리츠 애널리스트는 "시장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 팬데믹 등 여러 요인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미국, 중국에 집중돼) 다각화가 덜 된 싱가포르의 리츠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처럼 고조되는 불안감에 일부 신탁 관리자들은 최근 싱가포르 최고 금융규제기관인 싱가포르 통화청에 레버리지 한도를 완화해 은행과 대출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재정적 유연성을 더 많이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WSJ 소식통은 전했다. 싱가포르 리츠는 일반적으로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을 45%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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