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나눠 갚겠다"… 비구이위안, 7168억원 부채 연기 상환 제안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8.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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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만기 '39억위안' 채권 3년간 분산 상환 계획,
10만위안 먼저 지급한 뒤 남은 금액 7차례 걸쳐 상환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할 거란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번 사태를 촉발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중국명 비구이위안)이 채무자들에게 7000억원 이상의 부채에 대한 상환 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닛케이아시아는 펑파이뉴스 등 중국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 "컨트리가든이 총 39억위안(약 7168억2000만원)에 달하는 사모채권 상환을 3년에 걸쳐 분산(상환)하는 방안을 (채무자들에게)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펑파이뉴스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오는 9월 2일 만기가 돌아오는 해당 채권과 관련 각 채권자에게 10만위안(1838만원)을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3년간 총 7차례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번 주 채무자들과 만나 해당 계획을 제안하고 논의할 예정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3430억원) 채권 2개의 이자 2250만달러(302억원)를 지불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 최종 디폴트 선언까지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더디고, 비구이위안의 손실과 부채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비구이위안이 사실상 디폴트에 직면했다고 봤다.



닛케이아시아는 "(비구이위안의) 많은 주택이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고, 공급업체와 채권자들에 대한 대금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비구이위안의 부채 상환이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비구이위안도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채권상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구이위안의 총부채 규모는 1조4000억위안(257조3200억원)이고, 올해 상반기 기준 손실 규모는 76억달러(10조2068억원)였다.

/사진=시노오션(중국명 위안양) 홈페이지/사진=시노오션(중국명 위안양) 홈페이지
비구이위안부터 시작된 디폴트 위기는 중국 부동산 업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국유 부동산업체인 시노오션(중국명 위안양)은 지난 14일 2024년 만기 2094만달러(278억6000만원) 채권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고, 해당 채권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됐다. 위안양은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183억위안(3조3635억원)에 달하고, 총부채는 1902억위안(34조958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때 중국 3대 부동산업체였던 에버그란데(중국명 헝다)그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헝다그룹은 지난 2021년 말 디폴트를 선언하고 채무 조정을 위한 활로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지난 4월 헝다 측은 채권단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과 시장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충격이 금융권으로 번져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최대 자산 운용업체인 중룽국제신탁은 최근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이후 3500억위안(63조9000억원) 규모의 만기 상품 상환을 연기했다. 다른 자산운용업체인 중즈그룹도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며 부채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비구이위안 사태로 불거진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금융 시스템으로 이미 전염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홍콩증시는 18일 밤 공시를 통해 오는 9월 4일부터 홍콩 항셍지수 종목에서 비구이위안의 부동산 관리업체인 '비구이위안 서비스 홀딩스'를 제외하고, 중국 제약업체 시노팜을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비구이위안 서비스 홀딩스 주가는 올해 72% 폭락했다. 항셍지수는 지난 18일 기준 올해 9.25% 추락하며 글로벌 증시에서 실적이 저조한 증시 중 하나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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