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삼성·LG 1위는 옛말"…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중국 OLED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8.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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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중국 기업 '먹스웨이브'가 개발한 투명 올레드 패널. / 영상 = 오진영 기자중국 기업 '먹스웨이브'가 개발한 투명 올레드 패널. / 영상 = 오진영 기자
[중대한說]"삼성·LG 1위는 옛말"…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중국 OLED


"코로나19 시기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는 상당히 좁혀졌습니다. 가성비나 특정 기술은 더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먹스웨이브' 관계자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과의 기술 격차에 대해 한 말이다. 중국의 반복되는 대규모 투자와 인적 수준 향상으로 LCD·OLED에서 유의미한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의미다. 이 업체가 주력으로 삼는 투명 OLED의 투명도는 80% 수준으로, 일부 성능은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보다 낫다고 자평한다. 이 관계자는 "투자를 확대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계속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국 턱밑 까지 쫓아왔다.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 해외 인재 영입까지 열을 올린다. 저가 공세로 LCD 패널 주도권을 빼앗아 온 데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도 시장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지 업계는 중국의 기술력 수준이 코로나 이전보다 대폭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침체된 내수, 주요 기업의 연쇄 부도는 걱정거리다.



OLED에 힘주는 중국, 목표는 삼성D·LGD…"이제 다 왔다"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중국 디스플레이의 공룡은 징동팡(BOE)이다. OLED 패널 투자를 대거 늘리면서 양적 확대를 노리고 있다. 올해 출하량 목표는 1억 2000만개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청두와 몐양 등 주요 공장에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도 대거 배치했다. 첸얀슌 징동팡 최고경영자(CEO)는 "LCD 투자를 줄이고, OLED 투자를 늘리겠다"며 매출 1000억 달러(한화 약 133조원)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올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티엔마도 LCD 대신 OLED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1분기 티엔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8.5%로 징동팡(61.8%)에 이어 2위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추정 OLED 패널 출하량은 20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다. 애플의 주문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갖춘 티엔마가 애플 아이폰SE4에 OLED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업계는 패널 출하량으로만 보면 중국 업체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 시장연구기업 시그마인텔은 올해 상반기 징동팡의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삼성디스플레이를 뛰어넘었다고 집계했다. LCD 패널이 포함됐지만 OLED 패널 비중도 적지 않다. 궈타이진난 증권은 "올해 중국 기업들이 OLED 패널 부문 투자를 적극 집행하면서 수요 반등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국 기업의 든든한 지원사격이 뒷받침됐다. 징동팡은 최근 완푸라시(원플러스)의 스마트폰 'Ace2 PRO'에 6.74인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OLED 패널에 비해 저가 제품이지만, 출하량이 워낙 많아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완푸라시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했다.

현지 업계는 중국 기업의 제조 능력이 향상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중소형 OLED 패널 부문에서의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중소형 OLED 패널의 1위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다. 한국에 지사를 둔 한 중국 OLED 패널 기업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강국인 한국에 거점을 둔 것은 여기서도 중국 패널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며 "중국 기업의 OLED 수준은 과거와 같지 않다"고 자신했다.

'신뢰도 낮다'는 해외업계, 그 이유는…"떨어지는 기술력, 벼랑 끝 내수"
징동팡의 플렉시블 OLED. / 사진 = 징동팡 제공징동팡의 플렉시블 OLED. / 사진 = 징동팡 제공
해외 업계의 시선은 마뜩잖다. 아직 중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왔다는 평가는 섣부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연초 애플의 아이폰15에 패널을 공급하던 징동팡이 주문을 전량 취소당한 게 대표적이다. 징동팡이 구멍이 있는 '홀 디스플레이' 가공에 실패하면서 애플의 초도물량을 모두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져갔다. 윤대정 유비리서치 연구원은 "징동팡의 아이폰15 물량이 제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부각되고 있는 내수 침체도 문제다.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을 신청한 데 이어 비구이위안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업계에 대부분의 자금이 묶여 있는 중국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내수 침체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내수가 침체되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최대 고객인 화웨이·완푸라시의 주문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업계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자찬에 흔들리지 말고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OLED 패널 생산공정 고도화에 2026년까지 4.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OLED 패널 기술은 우리보다 아직은 2~3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게 해외의 평가"라며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로 격차를 더 벌려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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