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먹스웨이브'가 개발한 투명 올레드 패널. / 영상 = 오진영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국 턱밑 까지 쫓아왔다. 불황에도 대규모 투자는 물론 인수합병(M&A), 해외 인재 영입까지 열을 올린다. 저가 공세로 LCD 패널 주도권을 빼앗아 온 데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도 시장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현지 업계는 중국의 기술력 수준이 코로나 이전보다 대폭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침체된 내수, 주요 기업의 연쇄 부도는 걱정거리다.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올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티엔마도 LCD 대신 OLED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1분기 티엔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8.5%로 징동팡(61.8%)에 이어 2위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추정 OLED 패널 출하량은 20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었다. 애플의 주문을 받을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갖춘 티엔마가 애플 아이폰SE4에 OLED 패널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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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업계는 패널 출하량으로만 보면 중국 업체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 시장연구기업 시그마인텔은 올해 상반기 징동팡의 스마트폰 패널 출하량이 삼성디스플레이를 뛰어넘었다고 집계했다. LCD 패널이 포함됐지만 OLED 패널 비중도 적지 않다. 궈타이진난 증권은 "올해 중국 기업들이 OLED 패널 부문 투자를 적극 집행하면서 수요 반등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국 기업의 든든한 지원사격이 뒷받침됐다. 징동팡은 최근 완푸라시(원플러스)의 스마트폰 'Ace2 PRO'에 6.74인치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OLED 패널에 비해 저가 제품이지만, 출하량이 워낙 많아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완푸라시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했다.
현지 업계는 중국 기업의 제조 능력이 향상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중소형 OLED 패널 부문에서의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현재 중소형 OLED 패널의 1위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다. 한국에 지사를 둔 한 중국 OLED 패널 기업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강국인 한국에 거점을 둔 것은 여기서도 중국 패널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자신감 때문"이라며 "중국 기업의 OLED 수준은 과거와 같지 않다"고 자신했다.
'신뢰도 낮다'는 해외업계, 그 이유는…"떨어지는 기술력, 벼랑 끝 내수"
징동팡의 플렉시블 OLED. / 사진 = 징동팡 제공
부각되고 있는 내수 침체도 문제다.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헝다그룹이 미국에서 파산을 신청한 데 이어 비구이위안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업계에 대부분의 자금이 묶여 있는 중국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내수 침체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내수가 침체되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최대 고객인 화웨이·완푸라시의 주문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업계는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자찬에 흔들리지 말고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OLED 패널 생산공정 고도화에 2026년까지 4.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OLED 패널 기술은 우리보다 아직은 2~3년 이상 뒤처져 있다는 게 해외의 평가"라며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로 격차를 더 벌려놔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