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그래픽=PADO /사진=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Shealah Craighead
하지만 라이트하이저는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자신의 보호주의 사상을 공유하는 대통령을 보았다. 트럼프와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경제 정책을 중국에 대한 '관여'에서 '대결'로 전환했다. 2016년 이전에도 이러한 움직임에는 속도가 붙고 있었지만 누구도 트럼프처럼 미국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중국을 막대한 관세로 두드려 팰 의향은 없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전환은 아마도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유산일 것이다.
라이트하이저의 책은 매우 일방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저작이다. '무역은 공짜가 아니다'는 틀림없이 대중국 정책을 모색하는 공화당 대선 후보와 모든 경제 국가주의자들을 위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라이트하이저는 늘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요즘 세태를 보면 트럼프가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75세의 라이트하이저가 비서실장이나 다른 백악관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다음 파트에서 미국과 중국을 분리하기 위한 매우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한다. 엄청난 수준으로 관세를 인상하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혜택을 끝내고, 양국 간 투자를 차단하고, 중국 SNS 기업을 차단하고, 기술 협력을 중단하고, 현재 4,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무역 흑자가 사라질 때까지 이러한 조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다시 말해,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수십 년 동안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자신의 정책 제안을 '전략적 분리'라고 부르지만 여기에 전략적인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대국 둘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릴 것이며, 이는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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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하이저와 나의 관계는 길고도 복잡하다. 나는 1996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서 밥 돌 상원의원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 그의 재무담당자이자 비공식 아이디어 뱅크였던 라이트하이저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라이트하이저의 2017년 모습. /사진=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Evan Walker
그가 트럼프의 무역대표부 대표였을 때 나는 그를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때로는 트럼프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그와 함께 베이징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별로 성과는 없었다. 그가 13시간의 비행 시간 내내 잠만 잤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주요한 역할을 한 무역전쟁에 관한 책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때때로 그는 내가 쓴 글에 대해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했고, 심지어는 자신이 허위라고 생각하는 이야기에 대해 나와 공동 저자인 링링 웨이의 실명을 보도자료에서 거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우리가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쓰자, 그는 더는 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틀 후 그와 가진 퇴임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항상 당신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은 하드코어 구식 저널리스트죠. 마치 공룡 같은 존재라고요." (난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성격의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정부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았다. 하지만 밥 돌과 일하면서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길 좋아하는 상사와 잘 지내는 방법을 익혔다. 트럼프와 일하는 데 매우 중요한 스킬이었다. 툭하면 언론에 입을 여는 인물이나 무능력한 말썽꾸러기로 가득 찬 행정부에서 라이트하이저는 입 무겁고 유능한 인재였다. 스티브 배넌처럼 자기 자신을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거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트럼프의 결정에 맞서 싸우지도 않았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를 보좌하면서 그 명성이 높아진 드문 인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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