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뒤에도 문자…초임교사 장례식장서 유족과 말다툼한 학부모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08.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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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경기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학부모 항의와 민원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2021년 경기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학부모 항의와 민원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승 교사의 생전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2년 전 경기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2명이 잇따라 극단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당시 교사 장례식장에 한 학부모가 '죽은 게 맞는지 직접 확인하겠다'고 찾아오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의정부 한 초등학교 담임 교사였던 고(故) 이영승(당시 25세)씨는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교사의 사연이 알려지자 한 누리꾼은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학부모는 이영승 선생님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와서 한참 노려보고 갔다. 아마 자기 전화를 피하는 줄 알고 왔던 것 같다"고 적었다.

지난 13일 MBC는 이 교사의 마지막 행적을 뒤쫓았고 이 커뮤니티의 글은 사실이었다.



2021년 12월 8일 오전 이 교사 사망 직전 그의 휴대전화에는 부재중전화 2통이 있었다. 숨진 직후는 '오늘 감기로 (아이가) 조퇴한다'는 문자메시지도 왔다. 문자를 보낸 이는 장기 결석 중인 학생의 어머니 A씨였다. 생전 이 교사가 해당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4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자를 보낸 다음 날까지 이 교사로부터 답장이 없자 A씨는 학교를 찾아왔다. A씨를 봤던 동료 교사는 MBC에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말을 해도 안 믿었다. 굉장히 난폭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씨는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장례식장을 찾아가 유족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 측이 자리를 안내하자 A씨는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유족은 방명록 작성이라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예요?"라고 했고 A씨는 "저한테 화내시는 (거냐)"며 "저 아세요?"라고 답했다. 이후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라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A씨는 그대로 발을 돌렸다.

A씨는 당시 장례식장에 간 것 맞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모.르.겠.습.니.다"라고 끊어 말했다.

이 교사는 이 외에도 목숨을 끊기 전날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또 다른 학부모의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또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건과 관련해 3년이 넘도록 배상 요구에 시달렸다.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교사 2명이 목숨을 끊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교사 2명이 목숨을 끊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고(故) 김은지 교사는 2021년 6월, 고(故) 이영승 교사는 같은 해 12월 숨졌다. 6개월 간격을 두고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두 명의 교사가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교사노조, 경기실천교사 등 5개 교원단체는 8일 연대 성명서를 내고 숨진 2명의 교사에 대해 "업무 스트레스와 학부모 민원으로 연달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사건 실태조사 등을 요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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