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증시는 이차전지 테마 열풍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최근 과열된 분위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자본의 다음 행선지가 될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장기간 저평가 됐던 바이오 업종 역시 유력 후보군 중 하나다. 여기에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2분기 호실적을 잇따라 발표하며 변동성이 약점으로 꼽히는 업종 내 안정감을 더한 상태다. 이에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수급 개선 전망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코로나19 엔데믹을 거치며 자본시장으로부터 외면 받아 온 바이오 업계 입장에선 신규 자금 유입 기대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유증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또 한번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행태에 부정적 시각이 커진 상태다. 대부분의 자금 조달 목적이 기업 운영 자금이라는 점에서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일 1006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박셀바이오다. 시설 및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에 이 회사의 주가는 다음날 19.05% 급락했다. 박셀바이오 외에도 최근 3개월간 △진원생명과학 △클리노믹스 △피씨엘 △에스씨엠생명과학 △셀리드 △피플바이오 △노을 등의 기업이 수백억원대 유증을 결정한 상태다.
해당 기업들 역시 유증 결정 공시 다음날 나란히 최소 10% 이상의 주가 급락을 겪었다. 노을의 경우 최대 가격제한폭(30%)에 해당하는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급락에 최근 다소 회복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유증 결정 이전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급락한 주가는 발행가액 하향 조정으로 이어져 당초 계획했던 자금 조달 규모도 쪼그라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보여준 성과가 미미하다는 점 역시 대규모 유증 설득력을 낮추는 요소다. 해당 기업들 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거둔 기업이 단 한 곳도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전년 대비 악화된 상태다.
업계는 그동안 자금난을 겪어 온 바이오기업들의 자금 조달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선 각 기업들의 자금조달 이후 활용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잠재력에 기대를 거는 산업 특성상 시장 내 신뢰도가 업종의 가치를 가르는 만큼 '묻지마'식 유증 고리는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바이오 기업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배경에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 요인도 없다고 할 순 없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개별 기업의 시장과 호흡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유상증자를 신청할 때 제시한 로드맵에 맞춰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 자료나 공시 등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보다 시장친화적인 행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