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고창훈 대표 "신뢰로 이해관계자 마음의 평안 줄 것"

머니투데이 조영갑 기자 2023.08.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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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옛 KJ프리텍 시절 이후 풍파를 돌파해 온 이엠앤아이는 여전히 싸움을 하고 있다. 구주주가 남긴 잔재와 편견을 청산하는 동시에 OLED, 2차전지 등에서 미래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작업에 진력하고 있다.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지만, 실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더벨은 이엠앤아이의 궤적을 따라가며, 회사를 둘러싼 환경과 내재가치, 청사진 등을 조명해 본다.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회사를 직접 운영해보니 등산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중해서 길을 걷는 와중에 날씨, 부상 등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고, 또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른 고비가 찾아오고. 하지만 결국 정상(목표치)에 다다르면 그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자산이 됩니다. 물론 그때부터 또 굴곡과 다른 정상이 기다리고 있죠."



고창훈 이엠앤아이 (1,900원 ▲1 +0.05%) 대표(사진)는 경영을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격무의 와중에 짬을 내 산을 오르는 등산 애호가이기도 하다. 국내 명산들을 비롯해 유럽 알프스, 일본의 후지산과 북알프스 봉우리, 대만의 옥산, 코타키나발루의 키나발루산 등 각지의 명산을 오르면서 경영에 대해 숙고했다.

고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 학사,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 석사(논문 : OLED TV용 장수명 Blue 소재 개발)를 거쳐 머크(Merk), 코비온(Covion) 등에서 OLED를 담당한 OLED 유무기 소재 전문가다.



이후 글로벌 톱티어 디스플레이 기업인 유니버셜디스플레이(UDC) 한국지사 대표를 지내면서 탄탄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쌓았다. 2012년 OLED 소재 개발 업체인 이엠인덱스를 창업한 게 이엠앤아이 인수까지 이어졌다.

첨단 소재 산업의 종사자, 게다가 기업공개를 택한 상장사의 경영인은 '시지프스'가 바위를 산에 밀어올리듯 경영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안주하면 바위가 언제 굴러떨어질지 모른다.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지만, 그의 주위에 좋은 팀과 주주들의 신뢰, 여망이 있다면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이 된다.

고 대표와 이엠앤아이는 2021년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대주주(디에스코퍼레이션)가 된 이후 수년 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듯 난관을 돌파해 왔다. 회생을 위해 무상감자 등을 단행하며 주주들의 원성도 샀고, FI로 참여했던 주요 주주들이 회사의 뜻과 관계 없이 대량 물량출회 되면서 기업가치가 짓눌리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굴곡이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주권매매거래가 재개되면서 우선 주주들과의 약속은 지켰다. 누적돼 있던 결손금을 떨어 내면서 재무구조도 우량해졌다. 부채비율이 '제로(0)' 수준(외부차입 기준)으로 하락했다.


고 대표는 우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재정비해 주주가치 제고와 환원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고 대표는 7일 약 8만주 가량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책임경영 강화를 공언했다. 지속적으로 매입을 확대해 회사의 성장성을 시장에 어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당장 주가가 반응하고 있다.

이엠앤아이는 이엠인덱스 시절부터 이어져 온 팹리스 기반 OLED 소재의 공급판로를 확대하고, 인도 신규 고객사 브리스크EV를 통한 디스플레이 계기판(클러스터) 공급 및 2차전지 유통업을 전개한다.

더불어 중국 OLED 소재 업체 서머스프라우트가 생산하는 인광도펀트(dopant) 관련 국내 독점판권을 확보, UDC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균열을 낸다는 포부다. 연 1000억~1500억원 시장으로 추산된다. 외에도 2차전지 관련 원재료와 반도체 공정 재료의 유통도 준비하고 있다.

이엠앤아이 관계자는 "본 사업인 디스플레이 소재 공급 외에 첨단재료 유통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매출볼륨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내년 상반기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대주주 등극 이후 지난해 매출액 345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한 이엠앤아이는 올해도 OLED 전방 투자의 재개, 유통 사업 전개 등을 발판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고 대표는 말미에 'Peace of mind(마음의 평안)'을 강조했다.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이엠앤아이=평안'을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다. 머크 재직 시절 체득한 경험칙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케미컬 의약품을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 다양한 솔루션을 다루는 머크는 고객사, 주주와의 신뢰를 운영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엠앤아이와 거래하는 모든 고객사들이 가격, 품질, 납기 모든 면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겠다"면서 "더불어 본업인 디스플레이 소재와 관련, 해외에 있는 숨은 진주 같은 기술들을 국내에 잘 소개하고, 접목시켜서 디스플레이 발전에 기여하는 소금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엠앤아이는 그간 올해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 본격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방식은 구체적으로 다듬어 지지 않았다. 그간 고통을 감내하고, 회사에 성원을 보내준 만큼 상응하는 환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임직원에 대한 투자 역시 늘려 개개인의 역량을 배가한다는 방침이다.

고 대표는 "사업은 치열하게 하되, 회사를 둘러싼 모두가 Peace of mind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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