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규모로, 가계대출은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시내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관련 현수막. 2023.8.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3개 은행, 50년 만기 주담대 경쟁적으로 출시..50세에 받으면 100세에 만기인데 DSR 40% 우회수단 우려금융위원회는 1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넉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자 관계기관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주담대 증가액이 심상치 않자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실태조사 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연초 SC제일은행이 출시한 이후 현재는 13개 은행이 취급하고 있다. 1개 은행이 이달 출시를 준비 중이다. 종전에 많이 팔렸던 30년 만기 주담대 대비 만기가 20년 더 늘어난 상품이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원에 금리 연 4.36%를 가정해 대출한도를 계산해 보면 30년 만기의 경우는 3억3400만원 한도가 나오지만 50년 만기는 4억600만원으로 7000만원 이상 더 많다. 이 때문에 50년간 대출을 나눠 갚을 생각이 없는 대출자에게도 은행들이 "한도가 더 나온다"며 초장기 상품을 적극 권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사실상 DSR 규제를 우회하거나 무력화 하는 셈이다.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행에선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연령 제한도 두지 않는다. 50세에 이 대출을 받으면 만기가 100세에 도래하는 셈이다. 중도에 상환할 경우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하지만 당장 대출 한도가 급한 대출자들이 초장기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선택을 막기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상품은 50년 만기의 경우 35세 이하만 받을 수 있도록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금융당국 관계자는 "50세 만기 상품의 장점이 크지만, 일부는 장기로 갚을 의사가 없음에도 DSR 우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며 "실태조사 결과 과도한 영업행위가 보여진다면 향후에 정책성 모기지처럼 나이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주담대도 급증세.. 당국 "대출심사 제대로 했는지 점검하겠다"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주담대 확대도 면밀하게 볼 계획이다. 최근 인터넷은행의 주담대가 급증하고 있는데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출자의 소득심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과도한 대출에 따른 연체위험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속도조절에 나선다. 정부는 1년 한시로 총 39조6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7월말 기준 31조원이 이미 공급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지적된 만큼 하반기에는 대출금리 인상 등을 통해 공급 규모를 조절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달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이세훈 사무처장은 "아직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일단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되면 적정수준으로 긴축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양적·질적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