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예측, 간호사 확보"… 팬데믹 재침공 대비하는 '이곳'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8.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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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신종 감염병 출현 대비 연구 박차
중환자 발생 예측 AI 모델 연구… 알고리즘 개발 나서
간호사 확보 방안도 마련… '초과사망' 예방 목적

"중환자 예측, 간호사 확보"… 팬데믹 재침공 대비하는 '이곳'


팬데믹(감염병대유행) 당시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던 국립중앙의료원이 새로운 감염병 출현에 대항할 수단을 마련한다. 약 1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염병 중환자 발생 예측 알고리즘을 만든다. 이 알고리즘은 어떤 환자에게 병상과 인공호흡기 등 의료자원을 할당할지도 결정한다. 또한 6000만원을 들여 중환자 전담 간호사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당시 중환자 간호인력이 부족해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사망했던 안타까운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1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립중앙의료원(의료원)은 최근 '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 및 인공지능 기반 의료자원 할당 연구'라는 제목의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예산은 9500만원이고 올해 12월8일까지 진행된다.



의료원이 구축하려는 건 기계학습(머신러닝)·AI 기반의 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 즉 알고리즘이다. 특히 감염병으로 발생할 중환자 수 예측에 초점이 맞춰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일 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에서 확진자 수 발생을 예측해 발표했었다. 그러나 감염병 유행은 변수가 많아 기존 모델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웠다. 또한 '확진자 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병상을 차지하는 중환자 수 예측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 개발될 알고리즘은 병상, 인공호흡기, 중환자실 등 의료자원 할당에도 사용된다. 감염병 유행에서 중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 병상이 부족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겨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전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상 등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않으면 중증환자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환자를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의료원 빅데이터팀 소속의 성호경 예방의학전문의는 "감기 환자 1000만명이 생겨도, 그들은 집에서 쉬면 되지만 실제로 의료자원을 잡아먹는 건 중증환자"라며 "1단계에서 중환자 발생을 예측하고 2단계에서 그들이 병원으로 왔을 때 어떤 식으로 의료자원을 할당할 것인가, 이런 형태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자원 할당의 경우 CDSS(임상결정지원)처럼 알고리즘에 어떤 정보를 입력하면 '이 환자는 중환자실로, 저 환자는 일반병동으로 가라'는 식으로 경로를 제시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이기에 당장 상용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성 전문의는 "코어 알고리즘, 한마디로 뼈대를 만드는 연구이다"며 "여기다 살을 붙이면 좀 더 적용할 게 많은 기술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 현실에서 적용하는 것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의료원은 새로운 감염병 출현에 대비해 중환자 전담 간호사를 확보할 시스템도 구축한다. 예산은 6000만원이 투입된다. 올해 12월15일까지 연구가 진행된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중환자 의료 인력의 부족은 큰 문제였다. 병상은 급한 대로 늘릴 수 있었지만 정작 누워있는 환자를 볼 간호사가 없었다. 급하게 일반병동 간호사를 단기로 교육해 중환자실에 투입했지만 숙련도가 낮아 업무 수행에 제한이 많았다. 결국 예상보다 더 많은 환자가 죽는 '초과사망'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에 의료원은 위기단계별로 중환자 전담 간호사 인력을 확보할 방안을 구축하기로 했다. 중환자를 돌볼 수 있게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도 갖춘다. 또한 감염병전문병원 등 기관별로 중환자 전담 간호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인원을 추산할 예정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중환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간호 인력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판단돼 우선 추진하게 됐다"며 "향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등 감염병관리기관을 중심으로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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