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9% '껑충'…너도나도 '신고가', AI덕 제대로 본 이 업종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8.08 16:29
글자크기

보로노이·JW중외제약, 연초대비 100% 이상 ↑
AI, 신약개발 시간·비용 낮추고 성공률 높여
글로벌 시장 규모 2027년 5조원 전망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올해 급등했다. 최근 '52주 최고가'를 앞다퉈 경신하는 등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연초 대화형 AI 챗GPT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열풍'이 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루닛, 뷰노 등 AI 의료영상 회사들에 이어 AI 신약개발 회사들이 수혜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올해 119% '껑충'…너도나도 '신고가', AI덕 제대로 본 이 업종


8일 증시에서 보로노이는 7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1월2일) 대비 119% 오른 수치다. 보로노이 주가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4만원대에 그쳤지만 이후 5만원, 6만원, 7만원의 벽을 순식간에 깼다. 특히 전일에는 주가가 장중 7만77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AI 신약개발 플랫폼이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보로노이는 2015년 설립된 표적치료제 개발 회사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보로노믹스'을 토대로 뇌 투과도가 뛰어난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고 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사업구조를 지녔다. 자체 AI 플랫폼과 실험실, 우수한 전문인력, 방대한 DB(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해 신약 후보물질을 가장 잘 찾는 바이오 벤처라고 자평한다. 보로노이는 "AI가 고도화되려면 실제 물질의 합성 및 실험을 통해 도출된 실측 결과 데이터가 피드백돼야 한다"며 "보로노이는 매년 AI가 제시한 4000개 이상 신물질을 직접 합성하고 최대 1만8000두 설치류 실험을 통해 약물의 약효, 혈중농도, 뇌투과도, 독성 등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끊임없이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450억원 규모 유증에서 최대주주인 김현태 경영부문 대표가 배정물량 전부(약 180억여원)를 받기로 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해서다. 올 하반기부터 임상 성과가 차례로 공개된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VRN11 전임상, VRN07(미국 나스닥 상장사 오릭에 기술이전) 1상 결과 데이터가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또 VRM11은 연내 한국, 대만에서 1상을 개시한다. 증권사에서도 올해 보로노이 목표주가를 높게 제시했다. 지난 5월 하나증권에 이어 지난달 유안타증권이 보로노이 목표주가를 책정했다. 각각 11만원, 10만원이다. 국내 증시 신약개발 바이오 중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JW중외제약 (28,500원 ▼850 -2.90%)도 AI 신약개발 수혜주로 꼽히는 회사다. 이날 3만7500원에 장을 마쳤는데, 주가가 연초 대비 110% 오른 수치다. JW중외제약 역시 전일 52주 최고가(4만2850원)를 경신했다. JW중외제약은 AI 신약개발 플랫폼 '주얼리', '클로버'를 보유했다. 주얼리는 윈트(Wnt) 활성 조절 약물, 클로버는 스탯(STAT) 활성 조절 약물을 연구하는 플랫폼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산업군에 걸쳐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신약개발 과정에 AI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성과도 나왔다. 클로버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10여종을 발굴한 뒤 이중 아토피 신약(JW1601), 통풍 신약(URC102)을 기술이전한 것이다. 주얼리로는 Wnt 탈모 치료제(JW0061)를 발굴해 기술이전 기대를 받고 있다.

AI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다양한 바이오와 협력도 하고 있다. 국내 신테카바이오, 온코크로스, 디어젠에 이어 미국 바이오벤처 큐어에이아이 테라퓨틱스(작년 11월), 독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올해 1월)와 AI 신약개발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특히 머크와 협업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머크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화학물질 합성 방법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제시하는 유기역합성 소프트웨어 '신시아'를 보유한 회사다. 국내 제약사 중 신시아를 적용한 곳은 JW중외제약이 처음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머크와의 협약은 AI 적용을 신약 연구에서 원료 합성연구로 확대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신시아 활용 시 문헌조사부터 가능성 연구까지 걸리는 기간을 50%, 비용을 6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외 코스닥 AI 신약개발 1호 회사인 신테카바이오 (7,990원 ▼270 -3.27%)도 전일 장중 주가가 1만708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날 주가는 1만3690원으로 크게 하락했지만, 연초에 비해선 여전히 주가가 60% 높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AI 신약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 (12,290원 ▲320 +2.67%)는 이날 1만5580원에 장을 마쳤다. 상장 첫날보다 주가가 78% 오른 수치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신약개발은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만 성공률이 낮고 비용 부담이 큰데, AI 기술이 접목되면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당장 AI 신약개발 역량이 실적에 크게 작용하고 있진 않지만, 미래에 좋아질 것이란 기대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 4호'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980만달러(약 8000억원)다. 2020년부터 매년 45.7%씩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