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 대한항공 살린 '화물사업'…아시아나 합병에는 걸림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3.08.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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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에 대한항공 살린 '화물사업'…아시아나 합병에는 걸림돌


코로나19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을 끌어올린 화물 사업이 이제는 양사의 합병을 가로막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산업은행도 '제 3자 매각'을 추진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산은은 지난 7일 "기업결합이 진행중인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 준비중'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분할 매각설이 불거지는 것은 화물사업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의 합병 승인을 남겨둔 상태다. 이중 EU와 미국의 반독점당국은 특히 화물사업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미국 법무부는 반도체 등 핵심 상품의 화물 운송을 한 회사가 담당할 경우 발생할 공급망 탄력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EU 쪽에서 (여객보다는) 화물과 관련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U 반독점당국인 집행위원회는 실제로 지난 5월 양사의 합병이 "유럽 전역과 한국 간 화물 서비스 공급의 경쟁을 낮출 것"이라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여객 사업 독과점에 대해서는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국만 언급하는데 그쳤다. 화물사업은 전 유럽을 대상으로 짚은 셈이다.

집행위는 "다른 경쟁자들은 규제 및 다른 장벽으로 사업 확장이 어려워 합병사에 충분한 경쟁 압박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객 사업의 경우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지는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 슬롯 등을 넘길 수 있다. 두 항공사가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고, 추후에도 늘릴 예정이라 유럽·미주 등의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 화물 운송은 여객기 밸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칸)와 전용 화물기를 활용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기 운송량은 전체 항공화물량(화물기+여객기)의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전용기 없이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전용 화물기를 운용하는 국적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에어인천 뿐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상반기 국제선 화물기 총 운송량은 95만9352톤, 이중 국적사가 실어나른 화물은 68만3595톤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계는 65만5383톤(43만6018톤+21만9365톤)이다. 국적사 기준 합병사의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전체 화물기 시장에서는 68%다.

제주항공과 에어인천의 합계 운송량은 2만8211톤에 그쳤다. 제주항공(7937톤)의 경우 화물기 1대를 운용 중인데,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등이 화물기 시장에 진입해도 최소 여러대의 전용 화물기를 갖춰야 경쟁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물사업이 엔데믹 전환으로 축소되면서 신규 진입이 쉽지 않다. 당장 대한항공도 2분기 화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하면서 전체 영업이익 감소폭(36%)을 키웠다. 대한항공은 화물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완료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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