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T스튜디오지니
최수영의 연기 커리어 또한 그가 주는 인상과 닮아 있다. 2007년 8월에 소녀시대로 데뷔한 그는 같은 해 11월 KBS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으로 연기를 시작해 ‘연애조작단: 시라노’ ‘내 생애 봄날’ ’38 사기동대’ ‘밥상 차리는 남자’ ‘본 대로 말하라’ ‘런 온’, 영화 ‘걸캅스’ ‘새해전야’ 등의 커리어를 쌓아 왔다. 인기 걸그룹 멤버라는 후광으로 쉽게 주연 자리를 꿰찬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는 준비없이 인기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발연기’라며 혹평 받았던 숱한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는 달리 연기로 잡음을 낸 적이 없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최수영의 장점으로 꼽히곤 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흥행력이나 화제성이 잘 받쳐주지 않았다는 것. ‘런 온’의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이자 서명그룹 상무인 서단아 역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다소 낮은 시청률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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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수영이 맡은 김진희는 엄마 김은미와 ‘케미’를 발휘하면서도, 김은미와는 또 다른 매력과 존재감으로 균형을 맞춰줘야 캐릭터도 살고 작품도 살 수 있는 어려운 포지션이다. 최수영의 그 몫을 얼마나 잘해내고 있는지는 시청률이 말해준다. 1.2%대 시청률로 시작한 ‘남남’은 8월 7일 방송된 7화가 전국 가구 시청률 3.873%(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월화드라마 1위는 물론, ENA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앞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최수영의 장점이라고 했는데, ‘남남’의 김진희는 그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기본으로 하되, 코믹 연기까지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그 웃음이 오버스럽지 않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추임새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준달까. 예를 들어 우숙지구대에 자신과 앙숙인 경찰대 선배 은재원(박성훈)이 있다고 착각한 김진희가 자신을 남촌파출소로 보내 달라고 막무가내로 선배 계장에게 떼를 쓸 때. “후회할 텐데?”라는 선배의 말에 “전혀요”라더니 “하하, 네버!”라고 혼자 은재원을 피했다고 좋아 죽는 추임새를 넣는데, 그 좋아 죽겠는 추임새의 톤이 어찌나 자연스럽고 발랄하던지. 가정폭력이 의심되는 가족을 돕기 위해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남촌파출소 팀원들에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가, 알고 보니 그들이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이미 도움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황망한 웃음을 터트리며 “와 씨, 우리 팀 짱! 열라 멋있어!”를 외치던 장면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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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에서 “내가 못했을 땐, 내가 안 했을 때야”라고 말하며 매사 화려하기 그지없고 당당했던 서단아 상무도 멋졌지만, ‘남남’의 김진희는 한층 더 단단한 느낌이다. 철부지 엄마를 돌보며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아온 김진희는 갑갑한 감정없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엄마에게 ‘금붕어 똥’과 관련한 어릴 적 감정을 표출하고도 곧바로 “미친 거 아니냐, 나? 그런 말을 어떻게 하지?”라며 얼굴을 감싸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이 인물의 정신이 얼마나 곧고 솔직담백한지 보여준다. 기존 수영의 털털하고 자연스럽고 솔직해 보이는 이미지와 맞물리며 한층 공감을 사기도 한다. 이처럼 ‘남남’의 김진희는 최수영이 쌓아온 연기가 포텐을 터트리면서 동시에 최수영이 지닌 본연의 분위기를 입고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남남’이 마지막까지 얼마나 시청률을 경신할지,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 최수영을 각인시킬지 기대될 수밖에 없다.
원작 웹툰에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딸이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경찰대 출신의 경위가 되어 엄마에게 닥쳐오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도 흥미진진한 요소. 경찰대에서부터 앙숙처럼 지냈던 은재원과 묘하게 썸을 타는 모습까지 보이며 딸이자 경찰이자 연인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최수영의 ‘핏’이 선사하는 시각적 즐거움도 쏠쏠하다. 경찰 근무복을 입든, 사복을 입든, 트레이닝복을 입든, ‘착붙’이라 자꾸만 눈길이 간다. ‘남남 수영 패션’을 검색해 보고 구매까지 홀리듯 진행시킨 것도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