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흉흉하네요" 맘카페마다 '복붙'…삽시간에 퍼진 글 정체는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3.08.08 10:45
글자크기
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사진=네이버카페 홈 캡처/사진=네이버카페 홈 캡처
전국 각지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무차별 칼부림과 살인 예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더욱 불안감을 조장하는 온라인 선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지난 7일 전국의 맘카페마다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온 '복붙'(복사 및 붙여넣기)글이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누리꾼들은 한국 사회 불안을 조장하는 중국의 댓글부대 '우마오당'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상업적 목적의 글로 짐작하는 이들도 있다.

8일 다수의 포털 맘카페에 따르면 지난 7일 40여곳의 맘카페에 "요새 한국이 너무 흉흉하네요"라는 글이 시간차를 두고 올라왔다.



글 내용은 단순하다.

신림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살인 예고까지 하네
지들이 뭐라도 된것마냥ㅠ 너무 짜증나요 정말..
스프레이라도 챙겨서 다녀야겠어요 무서워서 :(



누리꾼들은 이 단순한 글이 같은 날 전국 수십곳의 맘카페에 '똑같이' 올라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뜩이나 숱한 희생자를 낸 칼부림 사태와 무분별한 온라인 살인예고 게시물에 정신 없는 국민 정서에 부채질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누군가 '의도'를 갖고 퍼날랐다고 보는 것이다.

당초 대부분의 맘카페 회원들은 이에 동조하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다른 맘카페에도 같은 글이 퍼지는 게 확인된 7일 늦은 밤이나 8일 오전부터는 맘카페 회원들도 글을 올린 이의 저의를 의심하는 댓글을 달고 있는 추세다.

일부 맘카페 회원들은 같은 글을 올리는 이들이 중국 정부 산하의 인터넷평론원 '우마오당'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우마오당은 댓글 1개를 달 때마다 우마오(5모, 0.5위안)를 받는다는 뜻에서 붙은 별칭이다. 2004년부터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인터넷 평론가'들을 직접 고용해 각 대학 게시판에 개입한 게 시작이다. 미국 정보당국 등은 우마오당이 해외 여론 조작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이들의 행적을 시인한 적이 없다.


우마오당을 이번 '흉흉하네요' 글 유포의 주범으로 추정하는 이들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에 불안을 조성하고 자생력을 약화시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최근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양상을 지켜보며 중국이 어떻게든 한국 사회에 불이익을 가하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한국'이라는 표현을 쓴 점도 이 같은 의구심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호신용 스프레이를 판매하는 마케터의 '바이럴 광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맘카페는 예전부터 바이럴 마케터들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지목돼 왔다. 2021에는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인 미스트롯2의 한 출연자가 각 맘카페마다 똑같은 게시물을 퍼나르며 바이럴 홍보를 일삼다가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마땅치 않다. 해당 게시물만으로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바이럴 마케팅이 여론 전반을 좌지우지해 사회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안보 관점에서 접근해 새로운 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같은 글을 유포하는 바이럴마케팅 행위 자체는 처벌규정이 마땅치 않지만, 여론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등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만약 대한민국을 침략하거나 혼란을 획책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이러한 바이럴 시스템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