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부지역이 연이은 폭우와 지진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중국 북동부 곡창지역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상대적 재해 안전지역으로 여겨지던 북부가 자연재난의 위협에 노출되면서 중국 내 식량 및 에너지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의 치수 업적을 칭송하는 책을 낸 직후 주요 지역에 수해 피해가 연이어 발생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우창지역 한 밭이 침수된 가운데 주민이 탈출하고 있다./사진=CCTV화면캡쳐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특히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는 톈진 하이허 강 지류 다칭허 강에 대해 최고수준 경고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1963년 이후 처음이다.
재난은 수해뿐이 아니다. 인근 산둥성엔 전날인 6일 새벽에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3.0 이상 여진이 총 52회 관측됐다. 지진과 여진으로 주택 126채가 파손되고 2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노선도 운행이 한 때 중단됐다. 이번 지진은 지난 10년 간 산둥성에서 44차례 발생한 규모 3.0 이상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에 앞서선 알려진 대로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에 물폭탄이 터졌다. 베이징 서북부 창핑구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800mm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려 일시 강우량으로는 1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의 연간 전체 평균 강우량이 500mm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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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수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시 주석 집권 이후 치수 업적을 정리한 책을 냈다.인민일보는 발간 직후인 지난달 19일 "이 책은 새 시대 치수 정책의 근본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까지 예상하긴 어려웠겠으나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머쓱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AP/뉴시스] 1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먀오펑산에 있는 전통 패루가 홍수로 침수돼 있다.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베이징에 폭우가 쏟아져 11명이 숨지고 약 30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08.01.
폭염과 수해는 특히 식량과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현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실제 폭염에 신음하던 지난달 10일 중국 일일 총 발전량은 40억9000만KWh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뭄과 폭염으로 현지 수력발전이 줄어들며 쓰촨성과 저장성에서는 기업에 대한 전력제한이 이뤄지기도 했다.
현지 여론은 자연재난이 북부와 북동부에 집중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그간 홍수와 범람 등 자연재해는 주로 중국 남부에 국한된 것이었다. 자금성까지 물에 잠길 정도의 수해는 중국으로서도 생경하다. 다시 북상하고 있는 태풍 카눈도 한반도를 관통해 중국 북동부에 상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차 손실을 입는다면 중국 내 곡물 유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가 또 다른 기후변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마 시유쿠완 중국 국가기후센터 전문위원은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6일 내린 중국 북동부 폭우는 태풍 독수리의 여파라고 봐야 한다"며 "중국 북동부 폭우는 한대기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며칠 전 벌어진 (베이징 등) 폭우에 비해 대륙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