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두 배 가까운 비가…" 中 북부지역까지 덮친 홍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3.08.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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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룽장성·지린성 폭우 및 홍수에 논 잠겨,
베이징에선 1년치 2배 가까운 비가 온 곳도…
북부지역은 그간 수해 적어서 기후변화 주목,
공교롭게 시진핑 치수 업적 책 출간 뒤 피해

 
중국 북부지역이 연이은 폭우와 지진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중국 북동부 곡창지역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상대적 재해 안전지역으로 여겨지던 북부가 자연재난의 위협에 노출되면서 중국 내 식량 및 에너지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의 치수 업적을 칭송하는 책을 낸 직후 주요 지역에 수해 피해가 연이어 발생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우창지역 한 밭이 침수된 가운데 주민이 탈출하고 있다./사진=CCTV화면캡쳐 우창지역 한 밭이 침수된 가운데 주민이 탈출하고 있다./사진=CCTV화면캡쳐


7일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5호 태풍 독수리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일대에 터트린 물폭탄에 현지서 6명이 목숨을 잃고 약 4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베이징과 허베이성 폭우 피해에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북동부 곡창지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중국 정부는 헤이룽장·지린 성 등 북동부 지역 홍수 통제 비상대응 레벨을 3으로 높였다. 특히 헤이룽장성에 내린 비는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1957년 이후 가장 많은 강우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과 논이 물에 잠기고 홍수 수위가 무려 3m에 달하는 지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특히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는 톈진 하이허 강 지류 다칭허 강에 대해 최고수준 경고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1963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북동부 지역 재난은 식량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헤이룽장성 우창시는 중국 최고 브랜드 쌀 산지이기도 하다. 광명망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농경지 약 2730만㎡가 물에 잠겼다. 침수 농경지 가운데 90%가량인 약 2440만㎡가 벼 경작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은 수해뿐이 아니다. 인근 산둥성엔 전날인 6일 새벽에 규모 5.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3.0 이상 여진이 총 52회 관측됐다. 지진과 여진으로 주택 126채가 파손되고 2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 노선도 운행이 한 때 중단됐다. 이번 지진은 지난 10년 간 산둥성에서 44차례 발생한 규모 3.0 이상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이에 앞서선 알려진 대로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에 물폭탄이 터졌다. 베이징 서북부 창핑구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총 800mm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려 일시 강우량으로는 1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베이징의 연간 전체 평균 강우량이 500mm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이은 수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시 주석 집권 이후 치수 업적을 정리한 책을 냈다.인민일보는 발간 직후인 지난달 19일 "이 책은 새 시대 치수 정책의 근본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까지 예상하긴 어려웠겠으나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머쓱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AP/뉴시스] 1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먀오펑산에 있는 전통 패루가 홍수로 침수돼 있다.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베이징에 폭우가 쏟아져 11명이 숨지고 약 30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08.01.[베이징=AP/뉴시스] 1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먀오펑산에 있는 전통 패루가 홍수로 침수돼 있다.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베이징에 폭우가 쏟아져 11명이 숨지고 약 30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3.08.01.
수해 이전엔 폭염이 있었다.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등 북방지역에 연일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덮쳤다. 1951년 현지 기상 관측 이래 최초로 사흘 연속 폭염 황색경보가 발령됐고 연속으로 40도를 넘은 일수가 총 5일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폭염과 수해는 특히 식량과 에너지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현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실제 폭염에 신음하던 지난달 10일 중국 일일 총 발전량은 40억9000만KWh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뭄과 폭염으로 현지 수력발전이 줄어들며 쓰촨성과 저장성에서는 기업에 대한 전력제한이 이뤄지기도 했다.

현지 여론은 자연재난이 북부와 북동부에 집중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그간 홍수와 범람 등 자연재해는 주로 중국 남부에 국한된 것이었다. 자금성까지 물에 잠길 정도의 수해는 중국으로서도 생경하다. 다시 북상하고 있는 태풍 카눈도 한반도를 관통해 중국 북동부에 상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차 손실을 입는다면 중국 내 곡물 유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가 또 다른 기후변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마 시유쿠완 중국 국가기후센터 전문위원은 환구시보와 인터뷰에서 "6일 내린 중국 북동부 폭우는 태풍 독수리의 여파라고 봐야 한다"며 "중국 북동부 폭우는 한대기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며칠 전 벌어진 (베이징 등) 폭우에 비해 대륙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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