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하던 미·중, 공식 대화채널 트나? "3대 워킹그룹 만든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3.08.07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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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공식 협상 채널을 부활시킨다. 올 초 '정찰 풍선 사태'로 외교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은 지 6개월여 만이다. 최근 미·중 고위급 접촉이 잦아지면서 양국의 현안 논의를 위한 실무자 협의체인 '워킹그룹' 신설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소식에 중국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AFPBBNews=뉴스1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소통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지난 6월 이후 양국 관계가 안정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문제와 해상문제를 중심으로 한 2개의 워킹그룹(실무단)을 만들 것"이라면서 "좀 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는 제3의 워킹그룹을 별도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1년 넘게 중단됐던 미·중 간 워킹그룹이 부활한 배경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의 지난 6월 중국 방문이 있다.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후 기자회견을 열고 "미·중 간 고위급 접촉을 유지하자는 데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당시 친강 외교부장과 7시간여 '마라톤회담'을 가졌던 블링컨 장관은 '양국 공동 워킹그룹 협의 추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펜타닐 관련 워킹그룹 구성에 합의했다"며 구체적 안건을 공개한 바 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FT는 "지난달 31일 중국 외교부 내 북미대양주 담당 총괄인 양타오 국장이 워싱턴DC에서 미국 국무부 및 백악관 고위 관료들과 업무협의를 가진 후 워킹그룹 설치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성명으로 "양국 대표단은 이날 회동에서 미·중 관계와 공동 현안,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깊이 있으며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도 "양측은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양안 문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양자, 지역 및 글로벌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양국 외교부 고위급 회담은 정상회담을 모색하기 위한 저울질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미·중 워킹그룹이 만들어지면 다시금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정상회담이 오는 11월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장에서 처음 이뤄졌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3시간여 만나 "(미·중) 경쟁 관계가 갈등으로 치닫는 걸 막기 위해 양국 관계를 지지할 만한 하나의 '층(floor)'을 쌓자"며 정부 주요 인사 간 대화의 창을 마련하자고 합의했다. 합의 내용에 워킹그룹이 포함됐는데, 이제서야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6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실무그룹의 구축은 미·중 관계가 상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함을 시사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이 같은 소통 채널은 일부 쟁점과 긴급 상황에 대한 양측의 오판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현재 대중 정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해와 오판이라고 짚었다.

올해 초 중국 정찰 풍선 사태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취소되며 양국 관계는 어그러졌으나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블링컨 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의 미국 회동 등이 잇따라 이뤄지며 관계 개선 신호가 잇따랐다. CSIS 싱크탱크의 중국 전문가 스캇 케네디는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크게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FT에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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