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피인수기업이 인수기업 이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꾸고,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된 경우가 그렇다. 프로야구 명가로 군림하던 게임빌이 오히려 컴투스의 이름을 따라간, 이례적인 상황을 만든 것은 단 하나의 게임이었다.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는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 2023. /사진=컴투스홀딩스
송병준 게임빌 창업자의 당시 판단은 각 회사와 각 게임이 보유한 팬덤을 굳이 통합할 경우 예상되는 시너지가 적다는 것이었다. 전체 파이를 줄이기보다는, 사업을 그대로 영위하는 게 각 사의 매출을 유지하는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2014년 선보인 컴투스 '서머너즈 워'/사진=컴투스
서머너즈워는 지난달 31일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2억회를 돌파했다. 누적 매출은 3조원이며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등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게임이다.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던 나라만 94곳이다. e스포츠대회도 꾸준히 열리고, 서머너즈워만 다루는 유튜브 채널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게임투스? 컴투빌? 창업한 이름 스스로 버린 송병준
송병준_컴투스홀딩스 이사회 의장.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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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양사의 이름을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게임빌의 정책방향이 변경됐다. 2021년 게임빌 내부 논의를 종합하면, 양사의 이름을 반씩 섞는 게임투스, 컴투스빌, 컴투빌 등 다양한 후보작이 거론됐다. 효율성만 따지면 컴투스 이름으로의 통합이 맞는 방향이었지만 아무도 게임빌의 이름 자체를 지워버린다는 생각을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다.
여기서 게임빌을 창업한 송병준 당시 게임빌 이사회의장이 결단을 내렸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이 애정을 담아 만든 회사 이름을 버리기로 한 것. 그 결과는 2021년 '컴투스홀딩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번 확보한 팬덤 끝까지…대형 IP의 힘
'저가 코스프레'로 유명한 태국 인플루언서가 2020년 '서머너즈 워 6주년 기념 코스프레 대전'에서 셔틀콕을 활용한 서머너즈워 캐릭터 코스프레를 선보였다. /사진=컴투스
한번 형성된 IP 팬덤은 웬만한 일이 없으면 사라지지 않는다. 엔씨소프트 (182,900원 ▲3,700 +2.06%)의 리니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바람의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웹젠 (16,110원 ▼650 -3.88%)과 그라비티 등의 업체도 '뮤'와 '라그나로크'로 아직까지 먹고 살고 있다. 위메이드 (33,000원 ▼650 -1.93%) 역시 미르 IP로 여태까지 생존 중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IP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미 성공이 검증된 IP를 활용한 게임 출시는 안정적인 팬덤을 확보해 출시 초중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데 보다 용이하다"며 "최근 여러 게임사들이 IP공모전에 거액의 상금을 내거는 것은 이 같은 '비단주머니'를 여러개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