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하는 것은 민간기업의 경영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건에서는 1·2심 재판부가 기업의 손을 들어줬지만 다른 하급심 사건에서 근로자가 승소하는 등 판례가 엇갈렸다.
삼성전자 퇴직금 청구소송에서도 1·2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 퇴직자 22명이 목표인센티브와 성과인센티브 등을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1·2심 재판부는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했는지와 관계없이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근로자만 받을 수 있는 돈은 근로의 대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성과급을) 퇴직금 계산에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하면 퇴직 시기에 따라 퇴직금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통상적인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급여를 계산해야 한다는 노동관계법령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송과 달리 서울보증보험 근로자 5명이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에서는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6-2민사부(부장판사 당우증)는 지난달 23일 1심 판결을 뒤집고 "특별성과급은 소속 근로자 전체의 근로 제공이 경영성과에 기여한 가치를 평가해 그 몫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 제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업이 겪는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금은 퇴직 시점으로부터 직전 3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구하고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30년 장기 근속자의 경우 퇴직 전 평균임금이 10만원만 올라도 총 퇴직금이 300만원 늘어난다. 성과급 비중이 큰 반도체업계에서는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퇴직금 액수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노동자 위주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은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6월 현대차가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노조 조합원의 손을 들어주며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개별 근로자의 책임을 제한하도록 했다. 지난 5월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 상고심에서도 기존 판례(1978년)를 45년만에 뒤집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 변경할 때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
대법원은 가장 먼저 상고심에 올라온 SK하이닉스 사건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성과급과 평균임금에 관련한 소송이 여러 건이고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