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채권·증권 팔아 2000억원 마련…"2분기도 매각 규모 클 듯"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2023.08.0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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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사진=윤선정 디자인기자


카드사가 올해 1분기 대출채권과 유가증권을 팔아 2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으로 업황 악화가 지속된 2분기에도 대출채권 매각 규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일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전업 카드사가 대출채권과 유가증권을 매매해 남긴 이익은 작년 1분기 956억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1846억원으로 나타났다. 대출채권매매이익이 1583억원, 유가증권매매이익이 263억원이었다. 카드사가 매매를 통해 올린 이익은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의 총 당기순이익 5686억원의 3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롯데·우리·하나카드 등 하위권 카드사의 매매이익 비중이 특히 높았다. 롯데카드의 1분기 대출채권·유가증권매매이익은 669억원으로, 당기순이익 518억원보다 규모가 컸다. 하나카드의 대출채권·유가증권매매이익도 당기순이익 195억원을 뛰어넘는 248억원이었다. 우리카드의 대출채권·유가증권매매이익은 356억원으로, 당기순이익 435억원의 82%에 달했다. 신한카드가 남긴 매매이익은 538억원으로 규모로 보면 많은 수준이나, 당기순이익 1586억원과 비교하면 34% 정도였다. 나머지 카드사의 매매이익은 20억원 이하로 집계됐다.

카드사의 주요 수입은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상품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수익에서 나오지만 업황이 나빠진 1분기엔 대출채권과 유가증권을 팔아 실적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이자수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1084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3750억원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이자수익보다 더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한 카드사는 연체 채권을 외부 기관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카드사에 따르면 2분기에도 매매를 통해 올린 이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상반기 총 당기순이익은 955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조2270억원보다 22.2% 감소했다. 카드사가 발행하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카드사의 이자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AA+ 2년물 여전채 금리는 3.8~5.0%로, 작년 상반기 2.2~4.5%에 비해 상단이 0.5%p(포인트)·하단이 1.6%p 낮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2분기에도 하위권 카드사는 대출채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기순이익이 계속 안 좋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대출채권을 팔아서라도 이익을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져 고객의 상환 능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보니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대출채권을 매각했다"며 "다만 카드사가 실적을 가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출채권을 파는 것은 아니다. (연체율 상승 등을 고려해) 대손상각채권이 생기는 즉시 매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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