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 베네치아, 관광객은 320만…유네스코 "제발 그만"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2023.08.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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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베네치아 대운하 근처에서 곤돌라 한 대가 정박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이탈리아 베네치아 대운하 근처에서 곤돌라 한 대가 정박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유네스코(UNESCO)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을 우려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베네치아가 기후 붕괴와 대규모 관광 등의 영향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 등재를 언급했다.



유네스코는 무분별한 개발이나 전쟁·자연재해·기상 이변 등으로 파괴될 위험이 있는 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한다.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유네스코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 전문가들이 현지에 직접 가 유산 복원을 지원하고 이후 보존 상태가 개선되면 목록에서 해제하는 식이다.

1987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베네치아가 위험 목록에 오를 위기에 처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유네스코는 2년 전에도 "인류에게 보편적인 가치로 간주하는 장소를 보존하기 위해 정부가 조처를 해야 한다"며 베네치아를 위험 목록에 올리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유네스코는 베네치아가 이미 한 차례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는 관광객을 태운 선박이 섬 위에 세워진 베네치아와 석호를 파괴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베네치아는 필요한 조치를 일부 시행하기도 했다. 2021년 8월부터 대형 유람선의 입항을 금지했으며 관광객 수를 관리하기 위해 에어비앤비 숙소 대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냈다.

권고안은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약 320만명의 관광객이 베네치아를 찾았다. 베네치아의 인구는 5만명에 불과하다. 유네스코가 이 권고안을 발표한 날에도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는 관광객으로 붐볐다.

베네치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오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자신을 베네치아 토박이라고 밝힌 클라우디오는 "교육받은 관광객들이 도시의 교회나 박물관을 방문해 즐기던 문화 관광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베네치아의 이름만 보고 베네치아에 온다. 박물관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라며 "제발 더 이상 오지 말아 달라"고 AFP에 전했다.

베네치아 외에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오버투어리즘으로 시달리고 있다. 인구 4만여 명이 거주하는 두브로브니크에는 2019년 14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렸다. 바르셀로나 당국은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집값이 치솟자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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