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젊은이의 희망..."청년안심주택을 아십니까"

머니투데이 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리츠부문 대표 2023.08.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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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리츠부문 대표

[기고]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리츠부문 대표[기고]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리츠부문 대표


서울 토박이 아내가 결혼 후 필자의 주민등록등본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왜 이렇게 이사를 자주 다녔냐"면서. 지방 출신인 필자는 홀로 상경한 이후 결혼 전까지 여덟 번 이사했다. 서울의 동서남북 전역을 넘나들면서.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돈이 없었으니까…"

예나 지금이나 이사는 귀찮고 힘든 일이다. 웬만하면 살던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열악한 입주환경(심각한 소음, 낮은 수압, 난방 부실)과 대폭 인상되는 임대료 부담으로 매번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하는 설움을 겪었다.



특히 서러웠던 점은 퇴거시 돌려받아야 할 임대보증금을 집 주인이 다음 세입자 전입 전까지 주지 않았던 때다. 이사 들어갈 집의 보증금 잔금을 내지 못해 부모님과 친척, 각종 카드 현금서비스에 손을 벌리는 아픔을 겪었다. 돈 돌려달라며 내용증명도 보내봤고 집주인과 악다구니도 치렀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이런 건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세월이 흘러 그랬던 필자는 청년안심주택(옛 명칭: 역세권 청년주택)을 개발 운영하는 리츠를 담당하고 있다. 청년안심주택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공급하는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주택이다. 공공임대와 공공지원민간임대로 구분된다.



우리 회사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주로 다루고 있다. 만 19세~39세로 무주택자인 미혼 또는 신혼부부가 입주 대상이며 임대료가 더 저렴한 특별공급의 경우 소득기준 요건이 있으나 일반공급은 소득 및 자산, 지역요건이 없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동차 소유자(가액 3683만 원 이하)도 입주 가능해 대상자 폭이 한층 넓어졌다.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공공지원의 취지에 따라 입주 전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며 임대료 상승도 연 5% 이내만 가능하다. 역세권 반경 500m(도보 5~10분)에 건설돼 대중교통 접근성도 우수하다. 건물 내 부대시설 역시 잘 갖춰져 있는데 최근 공급되는 당사의 청년주택은 빌트인 가전(시스템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및 커뮤니티시설(도서관, 피트니스센터, 게스트하우스)까지 완비해 웬만한 신축 오피스텔 이상의 거주환경을 자랑한다.

또한 민간임대의 경우 자격요건을 만족하는 입주자에 한해 임대보증금의 50%를 서울시(SH)로부터 무이자 대출로 받을 수 있어 보증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임대보증금 보증 덕분에 '빌라왕'을 만나 보증금을 떼일 위험 또한 낮다.


청년인구만 보면 20년 전부터 이미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더 많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한 해만 봐도 20대 청년들의 서울 순유입(전입자-전출자)은 다른 세대보다 훨씬 많은 4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다른 예를 들면 지난 10년간 부산에서만 매년 1만2000명의 청년들이 서울로 이주했다고 한다.

서울의 청년주거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다. 땅이 비싸고 귀한 서울에서 폭등한 금융비용과 공사비까지 감안하면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 청년주택의 공급은 더욱 희소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공공임대만 공급하면 국가재정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해답은 민간사업자에게 정책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많은 청년주택 사업자들이 예상치 못한 공사비와 금융비용 급등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 안전망으로서 소셜 인프라를 구축하는 순기능을 고려할 때 정책기금의 적극적인 참여나 저리의 금융제공, 건설자금 이자 지원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매년 5만명씩 늘어나는 서울의 청년 인구를 소화하려면 정책 당국의 전향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20여년 전 필자가 겪었던 끊임없는 이사의 고통과 제때 돌려받아야 마땅한 임대보증금을 둘러싼 소모적 다툼을 예방하는 첩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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