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폐암환자 94% "담배 피운 적 없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8.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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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환자 5년 상대생존율 '12%→36%' 30년새 3배
여성 발생률은 지속 상승…흡연 여부와 큰 관련 없어
유전자변이 원인 거론에 4세대 표적치료제 개발 한창

여성 폐암환자 94% "담배 피운 적 없다"


12.5% vs 36.8%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폐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 차이다. 약 3배가량 높아졌다. 암을 진단하는 기법과 치료하는 신약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폐암 발생률은 흡연과 상관없이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여성 폐암 환자 약 94%가 전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1일 세계 폐암의 날을 맞아 본지가 이종성 의원실 통해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16~2020년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6.8%다. 약 30년 전인 1993~1995년의 12.5%와 비교하면 3배 정도 생존율이 올랐다.



10년 상대생존율은 20년간 2배 이상 올랐다. 1993~1995년 폐암 환자의 10년 상대생존율은 10.5%였다. 2011~2015년에서는 22.5%다. 2016~2020년 통계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여성의 폐암 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전체 폐암 환자 중 약 32%가 여성이었다. 1999년 약 26.3%, 2009년 약 28%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여성 폐암은 흡연 여부와도 크게 관련이 없었다. 이현우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2022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폐암에 걸린 성인 여성 환자의 94.4%가 전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었다.

여성 폐암환자 94% "담배 피운 적 없다"
비흡연 환자의 폐암 발생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유전자 돌연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요즘 국내에서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서 폐암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대개 EGFR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라며 "EGFR 유전자 변이는 가족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돌발적으로 생기는데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히 여성 환자 절반 정도가 EGFR 유전자 변이로 인해 폐암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반드시 표적 치료제를 써서 치료하게 된다"며 "EGFR 표적 치료제는 1~3세대까지 상용화돼 있다. 그 이후에는 정립된 표준 치료가 아직도 없어서 3세대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4세대 신약이 활발히 개발 중이다"고 설명했다.

EGFR 변이를 표적하는 폐암 치료제는 2000년대 초를 시작으로 현재 3세대 약물까지 개발됐다. 전 세계 블록버스터로 널리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가장 대표적이다.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이 출시한 '렉라자'도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렉라자를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무상 공급하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EAP)'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3세대 EGFR 치료제에도 한계는 있다. C797S 유전자 돌연변이로 내성이 발생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4세대 EGFR 표적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신약 후보물질 'BBT-176'이 가장 앞서 있다. BBT-176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환자 대상 임상 시험에 가장 빠르게 진입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바이오텍 블랙 다이아몬드는 'BDTX-1535'라는 4세대 약물을 개발 중이다. 현재 임상 1상 진행 중이며 지난해 8월 한국에서도 환자를 등록했다. 지난 6월 말 긍정적인 임상 1상 결과가 발표됐는데 당시 회사 주가가 장중 한때 235% 폭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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