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조상제한서→신국하우농→?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3.08.0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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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 이진우 국장더벨 이진우 국장


"독과점(끼리끼리 해먹기) 떼돈(이자장사, 성과급잔치) 안방영업(우물 안 개구리). 국내 금융지주가 정부와 고객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포인트는 크게 이 3가지다. 그런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리 과한 것이냐. 그렇지 않다. 국내 은행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견줄 체급도 체력도 안 된다.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더 필요한 시기다."



얼마 전 만난 국내 금융지주의 한 수장은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방안'을 비롯한 정부와 시장 안팎의 연이은 정치·정책적 압박(?)에 대해 결이 좀 다른 진단을 내렸다. 아직 갈 길이 먼데 그렇다고 대놓고 뭐라 할 수 없는 처지라 난감한 눈치였다.

독과점이라고 하지만 초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에 비하면 과점 어쩌고 하기도 창피한 수준이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의 글로벌 시장순위는 60위권 언저리다. 성과급잔치 운운하는 '안방 떼돈벌이'도 NIM(순이자마진) 등 수익률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규모를 키우려면 새로운 파트너를 유치하든 합병을 하든 해야 하는데 지금 수준의 배당과 PBR(주가순자산비율)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누가 관심을 갖겠냐는 얘기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성을 위한 정부의 관심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 발언이 여전히 만만찮은 여진을 남기고 있다.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관치금융 논란'이 거셌지만 금융당국도, 당사자인 금융회사들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유도하는 등의 정책이 뒤따르는 것도 결이 같다.

최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선언은 작은 시발점일 뿐이다. 한마디로 '너희들 주인도 없는데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고? 이자장사로 성과급잔치를 하고 경쟁도 없이 안주하는데 이를 그냥 두라고?' 이런 경고의 성격이다. 그런데 '독과점'의 기준은 무엇일까. 과거 수많은 은행의 명멸을 지켜봤는데 어느 때는 은행이 너무 많다고 하고 언제는 경쟁은행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공공성 강화+경쟁촉진'이란 이상한 조합의 정책을 비롯해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언이 쏟아진다. 한 대형 금융지주 회장 인선과정에서 어떤 회장후보가 '경쟁은행의 합병을 통해 초대형 은행을 탄생시키겠다'는 리포트를 제출했는데 회장후보추천위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는 후일담도 들린다. 현실화하기 쉽진 않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만지작거릴 만한 카드란 얘기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처럼 '신국하우농'(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체제도 언젠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을까. 금산분리 원칙은 언제까지 가져가야 할까. 잘못된 관행을 고쳐 '소비자 권익'을 높이려는 다양한 정책과 시장의 경고는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발걸음을 멈추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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