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주류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주류 할인판매 영향은...대형마트 "접객 측면에서 긍정적", 제조사 "매출 증대 기대"1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한국주류산업협회 등 5개 주류사업 관련 단체에 "식당, 마트 등 소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가격 이하로 팔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염가(덤핑) 판매나 거래처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다만 주류 가격 할인을 적용해도 1병당 500원 같은 파격적인 할인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이커머스가 자사앱 설치 후 최초 구매 시 1만원짜리 상품을 100원에 파는 등의 마케팅을 하지만 이는 일부 상품에 제한된 미끼상품이며 지속력이 약하다"며 "오프라인 할인 행사는 이와 성격이 다르고, 특히 수요층이 많은 소주 등 주류는 할인 폭이 과도하면 매장 방문자가 늘어도 되레 손익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주류 제조사들도 마트 할인판매 등을 통해 판매량이 늘어나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한 대형 주류사 관계자는 "출고가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마트와 음식점에서 자유롭게 할인 판매하면 출고량이 늘면서 매출도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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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에서 주류 도매사 관계자가 음식점에 납품할 주류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종로구에서 횟집을 30년간 운영한 윤 모 씨는 "소주는 1병당 1450원, 맥주는 1병당 1550원에 들여오는데 5000원에 판매 중"이라며 "술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2병 먹을 사람이 10병 먹지 않는다. 술은 시킬 수 있는 양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박리다매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횟집 메뉴나 안주는 한두 개를 시킨 뒤 추가하지 않으므로 가장 많이 남는 품목인 술을 구매가보다 싸게 팔면 업주는 손해인데 누가 그렇게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에 3곳의 주점을 운영 중인 30대 진 모 씨는 "서울에선 보통 술값을 들여온 것보다 3배 정도 올려 받는 '3배 치기'란 말이 있는데 그래야 월세, 식자재비, 직원 월급 등을 제외하고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공급가 1500원에서 3배 정도면 4500원인데 최근엔 이마저도 어려워 가격을 올린 식당이 많은데 이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술을 들여온 가격보다 싸게 팔아서 생기는 손해를 메우려면 안주나 다른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들이 느끼기엔 조삼모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