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용 엔진은 선박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기관이다. 국내시장이 곧 세계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국내 기업이 독보적인 기술·점유율을 자랑한다. 세계 1위는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2위는 한화그룹에 인수된 HSD엔진이고 STX중공업이 3위다. HD현대가 1·3위를 품고 한화가 2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HD현대는 대형 선박용 엔진(HD현대중공업)부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엔진(STX중공업)을 모두 취급하게 됐다. 다양한 선박 자체 건조 기술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조선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STX중공업은 이중연료 추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액화석유가스(LPG) 추진 기술력을 두루 보유했다. 다양한 규격의 엔진기술뿐 아니라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로 수요가 높아지는 친환경 엔진에 대한 고객 수요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경쟁사들이 핵심 엔진사를 품고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한화에 인수된 HSD엔진을 앞으로도 도입할 예정이다. HSD엔진 입장에서도 한화오션 경쟁사라는 이유로 삼성중공업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거래를 끊을 수 없는 처지다.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보다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을 바탕으로 향후 전개될 친환경 선박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단 전략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HD현대는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면서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O 2023에서 공개한 친환경 미래 선박의 시대를 열겠단 전략에 한걸음 가까워지게 됐다"고 평했다. 이어 "경남 거제에 나란히 위치하고 2·3위 자리를 놓고 다퉈온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업계 2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경쟁사에 엔진을 의뢰할 수밖에 없는 삼성중공업이 어떤 우위 전략을 보일지도 관심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