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둬도 5% 벌더라"…금리 확 올려도 美경제 버티는 이유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3.08.0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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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가계 이자소득도 상당히 증가"…
"국채 투자로 인플레 넘는 이득 본다",
저리 장기대출 가진 사람 즐기는 상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봄부터 금리를 올려온 미국이 22년 만의 최고 금리에도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는 건 탄탄한 소비가 있어서다. 이런 배경에 든든한 이자 소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 위험을 부담하지 않아도 여러 안정적인 상품으로 연 5%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초보 투자자들도 쏠쏠한 이자 수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6월 기준 지난 1년 동안 미국 가계가 벌어들인 이자 소득이 전년 대비 1210억달러(약 154조원)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돈을 맡길 때 받을 수 있는 금리도 높아진 덕이다. 같은 기간 대출 이자 비용 역시 1510억달러 증가했지만 이자 소득이 부담을 상당 수준 상쇄해줘 소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셈이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5.25~5.5%까지 올렸다. 지난해 초 제로 수준에서 1년여 만에 5%포인트가 올랐다. 이후 미국 국채 3개월물과 6개월물 금리(수익률)는 5.55%까지 뛰었고, 단기 국채나 연준 예치금 등으로 운용되는 MMF(머니마켓펀드) 금리도 5%를 넘어섰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5%를 넘는다.

위험 부담을 꺼리는 보수적 투자자들은 고금리 환경을 반긴다. 피츠버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로라 키사일러스(44)는 WSJ에 정부 웹사이트를 통해 금리가 5.5%에 육박하는 단기 국채를 직접 구매하고 있다며 "국채에 투자해도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국채로 큰 부자가 될 순 없겠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 돈을 잃진 않아도 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를 기록한 바 있다.



금리가 오르기 전 진작 저금리로 장기 대출 상품을 확보한 이들은 고금리를 즐기고 있다. 2020년 2.85% 금리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보험 애널리스트는 에릭 리드(25)는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저금리 대출을 갚겠냐"며 "나 같은 저축인들에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그는 5.25% 미국 단기 국채와 5% 금리의 MMF, 4.15% 은행 예금 등을 보유 중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지출 부담에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지만 안정적인 이자 수익이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금리가 올랐다. 하지만 사람들의 씀씀이에 큰 영향은 없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금리 인상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금융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용 시장이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 역시 미국 경제 기둥인 소비를 떠받친 요인으로 분석된다. 민간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에릭 룬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소비를 크게 줄일 가능성은 낮다"며 "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대규모 돈풀기로 금리가 떨어졌을 때 많은 미국인들이 부채를 상환하거나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탄 데다, 증시가 견고한 오름세를 이어가는 점도 소비 심리를 지지한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올해에만 19% 뛰었고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빅테크 주식은 특히 오름폭이 컸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2분기 2.4% 성장률을 기록하며 1분기에 비해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미국 경제가 물가 안정 속에 성장이 이어지는 골디락스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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