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때문에…세계최대 사모펀드, 부동산 팔아 12조원 마련한 이유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7.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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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부터 100억달러 규모 부동산 매각…
AI 데이터센터 구축 위한 자금 확보 목적인 듯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인 부동산 투자 큰 손에서 대규모 매도자로 변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인공지능(AI) 열풍에 합류하고자 기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며 현금 보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랙스톤의 증권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블랙스톤이 지난해 가을부터 보유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블랙스톤의 부동산 소득 신탁인 브라이트(Breit)는 지난 2021년 초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약 600억달러(약 76조338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브라이트는 물류센터·아파트·오피스·카지노 등 부동산 자산에 투자해 고객들 자금을 운용한다.



블랙스톤의 공격적인 투자로 브라이트 자산 규모는 680억달러(86조9040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브라이트는 지난해 가을부터 부동산 자산 매입을 멈추고 매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1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25억달러의 투자 수익을 확정했다. FT에 따르면 블랙스톤이 이 기간 매각한 부동산은 미국 텍사스의 리조트, 캘리포니아주 오피스 단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두 곳의 지분 49% 등이다.

블랙스톤은 FT에 보낸 성명에서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브라이트는 100억달러(12조7000억원)에 달하는 즉각적인 유동성 확보했고, 상당한 재정적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은 AI 관련 기술기업으로 유입됐다. FT는 "블랙스톤의 부동산 자산 처분은 AI 열풍으로 증가하는 컴퓨팅 수요를 처리할 수 있는 부동산(데이터 처리센터)을 구축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스톤이 여러 빅테크 기업과 AI 관련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 목적으로 80억달러 이상 투자 약속을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전역의 5개 주에 새로운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토지 매입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 수요를 처리하고자 현지 대형 전력회사와의 전력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블랙스톤의 이런 투자 방향 전환은 부동산 경기 둔화와도 연관이 있다. FT는 앞서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브라이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브라이트에서 유출된 금액만 약 80억달러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브라이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빅테크 기업들이 AI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한 세대의 한 번뿐인 엔진이 될 것이며, 현장에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믿는다"며 AI 관련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현재 블랙스톤이 설립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는 프로젝트 규모와 복잡성 등을 고려하면 건당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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