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반도체·배터리 이어 한국의 차세대 첨단기술 산업이 될까?

머니투데이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2023.07.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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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ech Powers]'배터리 전쟁'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고정 칼럼
①한국의 우주 진출:우주는 반도체·배터리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첨단 기술 산업이 될까?

우주, 반도체·배터리 이어 한국의 차세대 첨단기술 산업이 될까?


지난해 약 2400개의 위성이 전세계 19개 주요 발사장에서 150회의 발사를 거쳐 지구 궤도에 쏘아 올려졌다. 이 수치는 미래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가장 낙관적 예측에 따르면 2031년까지 발사 횟수가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위성, 로켓, 우주 센터에는 적절한 제조 기반, 숙련된 노동력, 정치적 지원 수준-우주 사업에서 적어도 어느 정도의 정부 개입 없이는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을 갖춘 국가에 상당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부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 우주 산업 발전 기반 갖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첫 번째 조건, 즉 첨단 기술 제조 기반부터 살펴보자. 한국은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로 구성된 전력 시스템부터 첨단 광학, 안테나에 이르기까지 위성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생산할 수 있다. 해외에 잘 알려진 대기업뿐 아니라, 위성 안테나 설계 및 제조 분야의 선두주자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Intellian Technologies)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틈새 시장에서 성장한 중소기업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로켓 나로호(KSLV-I) 개발에 러시아의 추진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를 크게 개선한 두 번째 버전은 전량 한국 내에서 생산됐다. 우주 산업에서 한국의 자체적 생산 능력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국내 생산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우주개발 2.0' 제조 클러스터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우주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놀랍게도 보령이라는 제약회사와 공동 설립), 현대자동차·기아와 여러 국책 연구기관 간의 달 탐사선 협력, 우주 기술을 민간 기업에 체계적으로 이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 등이 그것이다.

우주 산업의 자체적 생산 능력은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격변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한국은 미·중 기술 경쟁 시대에 가능한 한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도덕적, 실용적인 이유로 러시아로부터는 거리를 둬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로 인해 한국 우주 프로그램은 이미 472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위성 2기의 발사가 지연되고 있다. 발사 장소로 러시아 시설이 배제되고 한국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공 및 민간 수단을 통해 자체 발사 능력을 더욱 개발하는 게 한국에 필수적이다.



러시아를 선택할 수 없는 한국은 사실상 미국의 스페이스X나 유럽의 아리안스페이스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KSLV-III 로켓의 개발로 일부 해결되고 있다. KSLV-III는 훨씬 더 높은 페이로드(화물) 용량을 가진 로켓으로, KSLV-II는 지구 저궤도에 2.6메가톤(MT)의 위성을 운반할 수 있지만 KSLV-III는 동일한 궤도에 10MT을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KSLV-Ⅲ는 2030년에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편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1년까지 소형위성 100기를 발사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2년에는 KSLV-II가 단 한 번만 발사됐고 (그것도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지구 궤도에 5기의 위성만을 올려 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여전히 엄청난 성과다. 한국은 1톤이 넘는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세계 7번째 국가가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국은 국내 나로우주센터에서 전량 국산 로켓을 사용해 이를 달성했다(러시아는 대부분의 로켓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에서, 프랑스는 남미의 프랑스령 가이아나에서 발사한다). 한국이 남쪽으로만 로켓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로켓 발사가 쉽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로켓이 주변국 영토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 강국' 성공 위한 핵심은 민간 우주기업 육성


장기적으로, 우주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진정한 성공은 혁신적 민간 우주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이 과정에서 하나의 원동력일 뿐이어야 한다. 이미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과 기업 이니셔티브가 다수 존재한다. 로켓을 주제로 하는 만큼 이노스페이스(Innospace)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이 기업은 브라질 군용 위치 측정 장비를 실은 준궤도(Sub-orbital) 하이브리드 로켓을 브라질 우주정거장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해 주목 받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한국 스타트업으로 컨택(Contec)이 있다. 이 회사는 무선 신호의 수신 및 전송을 위한 지상 인프라를 개발, 제3자 회사가 자사 위성과 연결해 위성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할 수 있게 한다. 위성 산업이 전례 없이 확장되고 있는 이 시점에, 특히 시장에 이런 회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인다. 지상국은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없다. 건물이나 언덕과 같은 장애물이 최소화되고 위성의 시야가 확보되는 평평한 고지대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도심 지역은 전파 간섭이 너무 심해서 안 된다. 하지만 인터넷과 전력망 접속이 필요하므로 지상국을 외딴 곳에 설치할 수도 없다. 기후도 중요한데,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날씨가 신호 오류를 최소화한다. 적도 위를 공전하는 정지 위성과 연결하려면 지상국이 적도에 가깝지만 위에서 언급한 조건을 충족하는 게 좋다. 객관적인 물리적 장애물을 제거했다면 이제 살펴봐야 할 법적 문제가 있다. 무선 전송에 관한 법률이 우호적이어야 하며, 정치적 환경이 중단 없는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적도에 인접한 국가를 살펴보면 까다로운 요건이다. 그리고 위성과 끊김 없는 통신을 유지하려면 전 세계 곳곳에 많은 지상국이 필요하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실행하기 어렵다. 컨텍과 같은 기업들이 이를 대신 관리해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32년 달에, 2045년 화성에 로봇 우주선을 착륙시킬 것이라 밝혔다. 이는 우주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거리낌 없는 야심이라는 분위기를 이 국가 안에 만드는 큰 목표들이다. 나는 영국 총리와 폴란드 대통령이 이 같은 목표를 말하는 걸 상상할 수 없다(필자는 폴란드계 영국 시민이다). 두 나라 모두에서 사람들은 급증하는 인플레이션, 생활비 위기와 같은 지상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우주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적이고도 잘못된 비판이다.

이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마리안나 마즈카토(Marianna Mazzucato)의 베스트셀러이자 매우 호평을 얻은 저서 '미션 이코노미: 자본주의를 변화시키는 문샷 가이드(Mission Economy:A moonshot guide to changing capitalism)'에서 가장 잘 반박됐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그는 투자, 연구, 사업 활동을 특정 목표에 집중시킬 수 있는 대규모 '문샷(Moonshot)' 유형의 미션을 조직화하는 걸 옹호한다. 이러한 임무는 정부 기관이 민간 기업·학계와 협력해 혁신을 촉진하고 공익에 도움이 되는 기술 시장을 구축하게끔 한다. 그는 또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사회적 이익들을 나열한다. 컴퓨팅, 추진 시스템, 식품 과학 및 재료 분야에서의 비약전 발전 등 셀수 없이 많은 기술적 발전이 비(非) 항공 분야로 확산됐다고 언급한다. 이에 더해 그는 아폴로에 투자한 1달러가 신기술 상용화를 통해 7달러에서 14달러의 경제 성장을 만들어 냈다고 추정한다. 덜 가시적이지만 동등하게 중요한 이익들도 있다. 청년층 사이에서 과학 및 공학 직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겼고, 복잡한 우주 미션들 및 이와 관련한 공공-민간 협력 조율을 통해 경영 기술이 개선됐다.

일본과 대만, 우주 산업 접근 방법 달라…한국식 모델 고려해 봐야

여전히 아시아태평양의 국가들은 우주 산업의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기존 미국·유럽의 우주 미션에 참여하는 데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쿼드(Quad)의 일원으로서 우주 안보 협력에 더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일본이 우주 프로그램에서 상징적 차원에 중점을 두는 것, 예를 들어 미국의 미션을 통해 미국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달 유인 착륙 국가가 되는 것과 같은 데 중점을 두는 게 놀라올 수도 있다(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일본 정부에 오는 2025년 이후 두 나라 우주비행사가 함께 달에 착륙하는 계획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역자 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미 1971년에 우치노우라 우주센터에서 오스미 위성을 실은 최초의 완전 자국산 생산 로켓 람다 4S를 발사했다. 총 200회 이상의 궤도 우주 로켓 발사를 수행한 우주 분야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우주에서의 성과가 크지 않은 대만은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흥미로운 전략을 세웠다. 한국 우주 경제가 미션 주도인 반면, 대만은 반도체와 정밀 엔지니어링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주 산업 공급망에서 틈새 시장을 찾는 데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로켓과 위성 전체를 제작하고 발사하는 데 집중하는 대신 정부와 민간·학계가 협력해 위성 및 지상국용 장비 제조를 최대한 빨리 시작한다는 목표다. '최대한 빨리'가 이 전략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다.

한국의 GDP와 인구는 대만의 두 배 이상이지만, 2022년 우주 예산은 단지 60% 더 많다. 한국이 미션 중심 개발 모델을 따를지, 아니면 대만의 틈새 시장 중심 개발 모델을 따를지는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다. 이미 성공한 대한민국의 우주 스타트업 컨텍(임대용 지상국) , 인텔리언 테크놀로지(위성 안테나 설계 및 제조)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대만의 개발 모델을 더 밀접하게 따르고 있다.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혼합하는 게 우주 강국이 되는 한국의 방법일까? 필자는 이 질문을 현명한 분들의 판단에 맡기고자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한국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우주 산업과 탐사 분야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필자 소개: 루카스 베드나르스키(Lukasz Bednarski)는 금융서비스 기업 S&P글로벌에서 리튬 등 배터리 관련 금속을 담당하는 수석 애널리스트다. 하이테크 공급망 전문가이자 전 희토류 금속 거래자이며 '배터리 전쟁: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등으로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email protected]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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