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도 편해" 반값 멸균우유로 돌아서는데…흰우유는 3000원 된다?

머니투데이 유예림 기자 2023.07.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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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낙농가와 유업체들이 올해 원유 가격을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업계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27일 재협상을 재개한다. 2023.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낙농가와 유업체들이 올해 원유 가격을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업계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오는27일 재협상을 재개한다. 2023.7.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원윳값 협상이 88원 인상으로 타결됨에 따라 흰 우유 1L가 올해 처음으로 30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저렴한 가격대의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량과 판매량 모두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3'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우유 수입량은 약 3만3000t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2021년 2만여t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3만t을 넘어섰다.



대형마트 A사의 올 1월부터 6월까지의 수입 멸균 우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00% 성장했다. A사는 지난해 수입 멸균우유 브랜드를 1가지 종류만 판매하다 올해부터 4종으로 늘렸다. 마트 관계자는 "수입 멸균 우유를 찾는 고객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입 멸균 우유 운영 브랜드를 확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멸균 우유는 상온 보관이 가능해 온라인 채널로 많이 판매되는데 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에서 판매량이 증가한 걸 보면 실제로 온오프라인 판매를 합치면 증가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멸균 우유는 고온에서 미생물을 완전히 없애 상온에서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해 일반 흰 우유의 대체재로 꼽혀 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수입 멸균유 구매 이유로는 '보관이 간편해서'라는 응답이 30.7%로 가장 많았으며 '가격이 저렴해서'가 29.7%로 뒤를 이었다.

전체 수입량의 75%를 차지하는 폴란드산 멸균 우유는 1L에 1500원이 안된다. 반면 국산 우유는 2000원대 후반대다. 올해 원윳값이 88원 인상됨에 따라 3000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가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상온 멸균우유 시장 규모는 1614억원으로 1492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956억원이었던 2018년보다 68%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우유 한 팩을 오래 두고 마시는 1인 가구나 소규모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상온 보관할 수 있는 멸균 우유를 찾게 된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기 광주시에서 20평 규모의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신모씨(32)는 최근 수입 멸균 우유와 국산 우유를 함께 쓰고 있다. 신씨는 "2021년 6월 카페를 처음 열었을 때 대리점과 우유 계약을 1800원에 맺었는데 지금은 2400원이다. 우유는 라테, 빵을 만들 때 다 들어가기 때문에 우유가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돼 올해 봄부터 저렴한 멸균 우유를 조금씩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낙농가는 멸균 우유의 저렴한 가격대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낙농가 관계자는 "우유의 품질은 신선도가 생명인데 멸균 우유는 장기간 운송을 거쳐 국내에 들어와 유통기한이 통상 1년으로 12주인 국산 우유보다 길다"며 "원유 수준 등을 나타내는 등급 표시도 없어 소비자는 어떤 원유가 들어오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원윳값 협상이 지난 27일 타결돼 10월부터 음용유용 원유와 가공유용 원유 기본가격이 각각 전년 대비 L당 88원, 87원 오른다.
원유 기본 가격이 정해지면 유업체는 이를 반영해 우유 가격을 인상해 왔기 때문에 올해도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원유 가격이 L당 49원 오른 뒤 서울우유협동조합,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주요 우유업체는 우유 제품군 가격을 6~9% 정도 올렸다.

농식품부는 28일 우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격 인상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이날 "원유 가격 인상이 과도한 흰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업계가 적극 협조해달라"며 "동시에 유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유업계는 음용유 과잉 상황을 고려해 구매해야 하는 음용유 물량을 축소할 것과 가공유를 현행대로 L당 600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학교 우유 급식의 공급단가 현실화 등을 건의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10월 이후로 가격 인상 시점을 조율할 것 같다"며 "우유는 원래도 수익성이 악화한 사업이었는데 원윳값이 이번에 최솟값으로 오른 게 아니어서 원가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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