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박준뷰티랩' 회장, "50년 미용 외길...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

머니투데이 김재련 기자 2023.07.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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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용계의 '살아있는' 역사
자전적 에세이로 미용 인생 50년 발자취 기록

-피엔제이 '박준뷰티랩' 박준 회장 인터뷰

"가위라는 하나의 도구로 시작해 50년 미용의 숲을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작은 나무가 커다란 숲을 이루기까지 항상 새로운 길을 찾아 기반을 닦아왔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용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박준 회장의 신간 출판기념회 초대장에 새겨진 문구다.

올해로 미용 인생 50주년을 맞은 박준 피앤제이 회장의 역사는 곧 한국 미용의 역사라도 해도 무방하다. 미용사라는 직업이 여성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지배하던 시절, 국내 1호 남성 헤어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박준 회장은 미용계에 최초로 브랜드라는 개념을 정립하는 등 수많은 이정표를 세우며 꿋꿋하게 50년간 '미용 외길'을 걸어왔다.



소위 대한민국 미용계의 살아있는 역사로도 불리는 박준 회장은 최근 '헤어디자이너 박준의 행복 프로젝트'라는 부제의 자전적 에세이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를 출간하며 미용 인생을 조명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박준 회장/사진제공=피엔제이박준 회장/사진제공=피엔제이


22살, 운명처럼 처음 가위를 잡게 된 후 1980년 남성 최초로 미국에서 열린 세계 미용대회에 참가한 이래 지금까지 일궈낸 박준 회장의 다양한 삶의 궤적, 미용에 대한 열정적인 태도와 진솔한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또한 후배 미용인들에게 당부하는 지침, 선배 미용인으로서의 미용철학 등 그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신사동 피엔제이 본사에서 만난 박준 회장은 "시간이 참 빠르다. 미용 일로 들어선 지 올해 벌써 50년째"라고 운을 떼며 "젊은 날 미용을 시작해 인생 목표였던 꿈에 이르기까지 성장하며 겪어왔던 경험을 풀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이야기들을 담아 책을 출간했다. 조금 앞선 인생의 선배로서 인생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엮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 회장의 미용인생 50주년을 맞아 피엔제이의 프랜차이즈 박준뷰티랩과 프리미엄 살롱 에코쟈뎅은 창업자인 박준 회장의 뒤를 이어 아들 박신 신임 대표가 이달부터 2세 경영을 이어간다. 앞서 지난 7일 서울 더리버사이드 호텔에서는 박신 신임 대표 취임식과 박준 회장의 자서전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의 출판기념회를 함께 진행해 이를 공식화 했다. 박준 회장은 모든 경영권을 박신 대표에게 이임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남다를 터.

그는 "나는 전문가지 비즈니스맨은 아니었다. 내 식대로 하는 건 지금까지고, 앞으로는 신임 대표가 자기 생각을 집어넣어 잘해나갈 것이라 믿는다"라며 "금년 안에 로열티를 안 받고 제품과 교육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세컨드 브랜드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튀어야 성공한다
50년 전 사회적 통념을 깨고 미용을 업으로 선택한 만큼,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자'는 신념대로 그는 긴 시간 동안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박준 회장은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 커트 기법을 선보이는가 하면 헤어스타일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이용, 어린이 전용·남성 전용 미용실 오픈 등 톡톡 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도해 연일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박준 회장은 "유명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어떻게 보면 남들이 안 하던 짓이나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들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또 새로운 것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됐다. 시선을 계속 끌기 위해 뭔가 새로운 걸 계속 찾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움직이면 '최초'인 게 많았다. 비즈니스적으로 큰 성공을 못 했더라도 매스컴의 시선을 많이 받게 됐다"고 회고했다.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며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도 순탄한 세월만 있진 않았다. 십여 년 전 개인적으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인생의 고비도 겪었지만, 그 시간이 인생의 어두운 면만을 가져왔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돌이켜보면 그를 담금질하게 해준 절망의 시기를 지나왔기에 자연스레 삶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걷기'를 취미로 즐기게 됐고, 본격적으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삶이 시작된 것도 그때부터다.

박준 회장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 6개월 정도 소록도에 살면서 봉사를 시작했고 지난 10여 년간 미용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자연인으로 돌아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그때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봉사와 여유를 배웠다"라며 "세상 어떤 좋지 않은 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스스로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경험은 없다고 본다. 오점으로 남는 기록들도 그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엮어나갈 때 비로소 아름답게 꽃이 피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 표지./사진제공=마음시회박준 회장의 자전적 에세이 '절망을 자르고 희망을 다듬다' 표지./사진제공=마음시회
멈추지 않는 '헤어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의 긍지와 자부심은 그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제 인생 후반부라고 볼 수 있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박준 회장은 여전히 매주 수요일마다 청담동에서 고객의 머리를 직접 다듬는 '현역' 미용인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30대에 만나 이젠 할머니가 되어 딸과 손녀가 함께 찾아오는 고객, 4대째 오는 고객 등 수십 년째 박준 회장의 손길만 원하는 단골들이 있기에 아직도 그는 '박준 프로'로서 가위를 놓지 않는다.

교육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다. 그는 교육에 대한 투자야말로 우리나라 미용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 믿는다. 이에 뷰티랩 아카데미를 통해 후배 미용인들이 미용산업을 이끌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전문 미용인들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헤어디자이너로서 러시아 미용계의 거장 게오르기 콧, 드미트리 등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꾸준하게 영감을 받고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후배 미용인들을 위해 모든 머릿결에 슬라이싱을 주는 박준 만의 특수한 커트기법 노하우를 담은 슬라이싱 기법 기술서도 출간할 생각이다. 그의 미용에 대한 꿈과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프로의 세계는 중단 없이 새로움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특히 미용인들은 고객에게 날마다 새로움을 선물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꿈은 나이와 무관합니다. 남과는 차별화된 새롭고도 진귀한 꿈을 찾아 움직이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날까지 가위를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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