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들고 "힘 못돼줘 미안"…'故서초 교사' 학교 가보니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3.07.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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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 지난 18일 이 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 지난 18일 이 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선생님, 애통한 마음에 추모하고 갑니다. 명복을 빕니다. -경기도 용인시 학폭책임교사-'

20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 흰색 꽃다발 수십개가 놓였다. 교문 근처에는 한 교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내용의 메모지들이 붙었다. 메모지에는 '힘이 돼 주지 못해 미안하다', '남일 같지 않다. 명복을 빈다', '교사 안전도 존중될 수 있도록 진상조사 해야 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학교 담벼락을 따라 '동료 교사' 명의의 조화 300여개도 놓였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소속 교사가 지난 18일 오전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 3월 임용돼 1학년 담임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추모가 이어졌다. 검정색 옷을 챙겨 입은 시민들은 교문 앞에 놓인 메모지에 추모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적거나 준비해 온 국화 꽃다발을 놓고 묵념했다. 학교 앞을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학교를 바라보거나 일부는 눈물을 훔쳤다.

자신을 12년차 교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이날 오전 9시40분쯤 교문 앞에 A4용지 3장 분량의 추모글을 붙였다. 그는 "아무도 지켜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추모하러 왔다"며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어 모든 화살과 비난이 아무 잘못 없는 우리에게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초등학교 교사들은 학교 앞에서 국화꽃과 촛불을 들고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 학교 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무리한 억측과 기사, 댓글 등으로 교사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고인의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 지난 18일 이 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 지난 18일 이 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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