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는 돈도 소통도 메말라 버린 결혼 7년 차 '사막 부부'가 출연했다.
이들 부부는 남편의 직장 임금체불로 쌓인 생활비와 집을 구입하며 생긴 주택담보대출까지 지난 7년간 진 빚만 92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벌이에 비해 고정 지출이 많아 남편은 결제대금의 일부만 갚아 나가는 이율이 높은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를 원했지만 남편은 아내를 등진 채 이야기는 커녕 반응 조차 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제작진과 사전 미팅 때에도 남편은 '아내에게 불만이 있냐'는 질문에 1시간 30분 미팅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남편은 아이들 훈육 방식에 대해 "경고 주고 말을 안 들으면 매를 들었다. 아버지에게 배운 걸 똑같이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버지한테 엄청 많이 맞아서 기가 죽었다. 장남이어서 그런가 동생이 잘못하면 저를 많이 혼냈다"고 어린시절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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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이들을 훈육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는 있는데 방법을 바꾸는 게 잘 안 된다. 아이들 좋아한다. 내 자식이니까. 그런데 표현을 잘 못한다. 아이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 고백했다.
남편은 외출 후 늦게 돌아온 아내에 표정은 밝아졌지만 아내는 투정 섞인 말들만 쏟아냈다. 결국 두 사람은 말다툼을 시작했고, 남편은 불만을 쏟아내는 아내를 등진 채 TV에만 시선을 고정하다 결국 자리를 떴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오은영 박사는 "정말 답답해서 울화통이 터질 만큼 대화가 없으신 건 맞다. 말이 없으시다"며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건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하나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발음에 문제가 있다. 혀를 거상시켜 말하는 단어 발음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오 박사는 "소통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어릴 때는 사람들이 '뭐?'라고 했을 거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면 말하는 게 썩 유쾌하지 않고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남편은 "초등학교 때 제가 무슨 말 하면 친구들이 '너 이에 바람이 샌다',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남편은 "아기 때부터 (아버지에게) 맞았다.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방 안에서 묶이고 머리를 맞아 피 흘린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이 그때 무슨 의견을 낼 수 있겠냐. 반항하면 더 맞았을 거다. 조용히 있는게 '한 대라도 덜 맞네', '빨리 끝나네', '내 감정을 말해봤자 안 받아주네. 혼만 더 나. 말을 안 하는게 나아', '대화를 길게 하는건 안 좋은 거야'라는 생각이 이게 굉장히 오랫동안 내면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그러면서 "가엾다. 남편은 의도적인 게 아니다.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의견이 수용된 경험이 없는 분"이라며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걸 어려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서 언제나 남편은 등을 돌리고 있다. 남편은 비언어적인 반응마저 안 한다. 남편은 무반응이 동의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방송 화면
마지막으로 오은영 박사는 "남편분은 의견을 얘기했을 때 잘 수용된 경험이 적다. 이 경험을 아내와 같이 하셔야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남편과 대화할 때 쏘아붙이고 다그치는 부분이 있다. 워낙 말을 안 하니까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러면 남편은 어린 시절 혼나는 느낌일 수 있다. 부부가 대화한 후에는 '아내가 내 말을 들어주네, 내 의견을 들어주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연습하길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