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6월15~7월14일)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 티커 2621)를 약 7500만달러(950억원) 어치 순매수 했다. 이 기간 2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 상품이 순매수 상위에 오른 건 최근 들어 드문 일이다.
일본 ETF 포함 4개 상품 모두 미국채 수익률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을 노리는 상품이다. 채권은 장기채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크다. 채권은 수익률과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므로 장기채 수익률 하락은 그만큼 높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장기채 금리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최근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미국채 20년물 수익률은 지난 7일 4.273%에서 지난 14일 4.113%로 내려왔다. 이 기간 TLT는 2.84%, TMF는 6.56% 반등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2621 ETF는 미국 장기채 반등에 엔화 반등까지 노리고 투자하는 전략이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상품이기 때문에 엔화로 투자해야 한다. 엔화 강세가 본격화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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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의 중요한 특징은 달러 환헤지 상품이라는 점이다. 즉, 다른 통화로 엔화에 투자할 땐 환노출이지만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할 때는 환율이 고정된다. 오로지 엔화 가치 변화에만 영향을 받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국내 투자자가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국 상품에 투자할 때는 원→엔→달러로 두번 환전해야 한다. 엔화 강세가 되면 원화 기준으로는 환차익을 얻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환차손을 입어 이익이 상쇄된다. 반면 엔→달러 헤지 상품인 경우에는 엔화 강세의 수혜를 온전히 얻을 수 있다.
최근 엔화 역시 역대급 엔저 상황에서 반등하는 분위기다. 지난 5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29원으로 2015년 6월25일(897.91원) 이후 약 8년 만에 800원대로 내려왔다. 이후 엔화는 소폭 반등해 이날 914.02원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최근 10년 평균(1022.5원) 대비로는 여전히 10% 가량 저평가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엔화가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완화 기조를 고려하면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1회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달러 약세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초완화 통화정책 수정 기대감 역시 엔화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