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번 경련하는 영아들 어쩌나"…'대체 불가' 약 회수하라는 식약처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3.07.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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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공급 부족' 시달리는 뇌전증·영아 연축 약 사브릴정 일부 회수 조치

사브릴정/사진= 식약처사브릴정/사진=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뇌전증·영아 연축 치료제 '사브릴정'의 영업자 회수 권고 명령을 내렸다.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약 성분인 '티아프리드'가 소량 검출된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안 그래도 공급이 부족한 약이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데 식약처에서 대책 없이 약만 회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의약품안전나라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14일 한독이 제조해 공급하는 사브릴정500밀리그램(성분명 비가바트린)에 대해 영업자 회수 권고 조치를 내렸다. 회수 대상은 제조번호가 SAFA001(사용기한 2025년 5월5일)인 제품이다. 해당 제품에서 정신 장애 치료제로 국내에 허가된 제품이 없는 '티아프리드' 성분이 미량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한독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는 비가바트린의 제조 시설에서 이전에 제조한 티아프리드가 미량 남아있었기 때문으로 혼입 이유를 추정했다. 다만 티아프리드의 검출량은 1일 노출 허용량인 200㎍/day 미만이라 해당 성분이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했다. 이 약의 국내 판매권과 회수권은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 아벤티스 코리아에 있다.

의료계에선 부작용 가능성이 낮은데도 공급이 부족한 대체 불가 약의 회수를 권고한 식약처의 조치가 적절치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해당 약과 대체약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학술부회장(튼튼어린이병원장)은 "안 그래도 공급이 부족한 사브릴정의 회수 소식에 희귀질환 소아 부모들의 신음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는 것 같다"며 "약의 효과에는 영향이 없고 부작용도 거의 없는데 대책도 없이 약을 회수한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헝가리는 똑같이 사브릴정 약이 부족한 상황에 몇 명에게 해당 약이 필요한지 숫자를 파악하고 그들만을 위한 물량을 확보한 뒤 대체약까지 수소문하고 있다"며 "약도 없는데 하루에 수백 번씩 경련하는 영아 연축환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약처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결절 경화증으로 인한 영아 연축의 경우 사브릴정을 대체할 약은 없다는 게 최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회수 대상 제조번호의 약만 회수하고 그 다음 약들은 계속 공급이 되고 있는데 사실상 회수 대상 약도 대부분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브릴정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개선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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