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폭행 추락사, "살려줘" 마지막 외침…그 놈 휴대폰엔[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3.07.15 05:3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가해자 A씨(20). 2022.7.22/뉴스1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가해자 A씨(20). 2022.7.22/뉴스1


2022년 7월 15일 새벽 3시. 인하대학교 교정에서 한 여학생이 피를 흘린 채 발견됐다. 여학생 A씨는 그해 신입생으로, 이날 동급생 B씨에게 성폭행당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주변을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다. 맥박이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었으나, 출혈량이 많아 아침 7시쯤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은 추락의 고의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B씨가 A씨를 일부러 떨어뜨렸다면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까지 적용할 수 있지만, 성폭행하려다 실수로 민 것이라면 준강간치사죄만 인정돼서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준강간치사의 권고 형량은 징역 11∼14년이다. 반면 강간살인은 기본형을 17년에서 22년으로 정하고, 최대 무기 이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밀었다"던 피의자, 말 바꿨다
A씨는 전날 밤 학교 근처에 있는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계절학기 종강을 기념한 이 자리에는 같은 동아리에 속해 있던 B씨와 다른 남학생 1명이 있었다.

B씨는 오전 1시쯤 A씨가 취하자 자신이 학교까지 바래다주겠다며 술집을 나섰다. A씨를 부축해 단과대 건물로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3층 창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

B씨가 당시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엔 A씨가 "살려달라"며 저항하는 듯한 소리, 추락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소리가 담겼다. 영상은 B씨가 "에이"라고 욕하며 종료됐다. 이후 B씨는 피해자의 바지와 속옷 등을 다른 건물에 버리고 달아났다가 그날 오전 경찰에 자수했다.


B씨는 경찰에 "성폭행을 시도하다 (창문에 몸이 걸쳐 있던) 피해자의 몸을 밀었다"고 했지만, 곧 진술을 바꿔 "드문드문 기억이 나지만 추락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행 이후 도주한 것에 대해서는 "추락 사실을 알았지만 무섭고 경황이 없었다"며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를 촬영한 것도 자신의 실수였다고 했다. 버튼이 잘못 눌려 촬영이 시작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피해자, 의식 없었다…스스로 떨어졌을 리 없어"
(인천=뉴스1) 임세영 기자 =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7.17/뉴스1 (인천=뉴스1) 임세영 기자 = 인하대 캠퍼스 안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7.17/뉴스1
경찰은 여러 차례 조사와 실험에도 B씨가 피해자를 고의로 밀친 증거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또 B씨가 곧바로 도주해 피해자의 생존 여부를 알았을 가능성도 떨어진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역시 적용하지 못했다.

B씨는 준강간치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만 검찰은 "범행 현장은 지상으로부터 8m 높이며, 1층 바닥은 아스팔트여서 추락하면 사망할 수 있는 구조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B씨를 강간살인죄로 구속기소했다. B씨가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피해자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는 주장이다.

카메라 등 이용 혐의에 대해서는 "동영상을 촬영하기는 했지만, 피해자의 신체가 전혀 찍히지 않았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국내 1세대 부검의이자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대 의대 석좌교수는 피해자가 스스로 떨어졌을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191%였다며 "거의 의식이 없는 피해자가 추락한 복도 창문은 바닥으로부터 106cm 높이에 있고, 벽면의 두께는 24cm다. 스스로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 "B씨 살해 고의성 없었다"
인하대학교에서 발견된 낙서. 낙서는 '성폭행 추락사' 발생 날짜와 함께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하는 문구가 담겨 있다. /사진=뉴스1인하대학교에서 발견된 낙서. 낙서는 '성폭행 추락사' 발생 날짜와 함께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하는 문구가 담겨 있다. /사진=뉴스1
B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살해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준강간치사죄만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학교에서 평범한 동기로 지낸 피해자를 성욕 해소의 도구로 삼았고 인사불성 상태에서 성폭행하려고 했다"며 "(피해자가) 추락해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도 112나 119 신고 등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도 하지 않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술에 만취한 상태였던 피고인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추락 장소에 휴대전화, 신분증, 피해자 지갑 등을 놓고 가기도 했는데 범행을 은폐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사망으로 피고인이 얻게 되는 이익도 없으며 중한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 하루 만에 1심 판단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6월 결심공판에서는 또 한번 B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B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20일 오후 1시4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