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캡 애널리스트에게 "증시부진해도 오를 종목" 졸랐더니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3.07.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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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캡 인터뷰 ④]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편집자주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때 일수록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종목들이 빛난다. 반짝이는 중소형주를 발굴해온 베테랑 애널리스트들을 찾아가 종목장세에 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경기나 이슈를 떠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이 최근 머니투데이 인터뷰를 빌어 투자자들에게 건넨 조언이다. 그는 12년 동안 리서치센터에서 스몰캡(중·소형주) 전문 애널리스트로 일해왔다.

중소형주의 경우 기업의 본질가치보다 테마에 휩쓸려 주가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우량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잦고, 부실기업도 시류만 잘 타면 급등주 반열에 오르곤 한다. 때문에 스몰캡에 치우친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실적이나 성장성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주식투자의 기본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권 연구원의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증시에선 2차전지와 반도체 테마가 동반 급등했는데, 이에 속하지 않았어도 성장동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남부럽지 않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하반기에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면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물어보는데 경기와 관계없이 주가가 오르는 기업은 존재한다"며 "경쟁 제품 대비 비교우위가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하반기 주목할 분야로 피부미용 의료기기와 소비재를 꼽았다.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갖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이유에서다. 피부미용 의료기기는 원텍 (6,030원 ▼60 -0.99%), 클래시스 (61,200원 ▼600 -0.97%), 제이시스메디칼 (12,900원 ▲20 +0.16%)을 소비재에서는 골프존 (66,200원 ▼700 -1.05%), 에이치피오 (2,975원 ▼40 -1.33%)를 제시했다.



호기심이 많아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보고, 쓰는지 관찰하며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최근 20~30대 여성에 주목했다. 권 연구원은 "국내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미국 피부미용 의료기기 회사 솔타메디칼의 써마지가 중심이던 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며 "원텍의 올리지오, 제이시스메디칼의 포텐자 등은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능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소문이 퍼지며 이제는 40·50대 여성들에게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번 시장에 침투해 자리를 잡으면 공고한 지위를 유지하는 외과용 의료기기와 달리 피부미용 의료기기는 유행에 민감해 교체 주기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그는 "의사들은 통상적으로 장비 교체를 선호하지 않지만, 성형외과 장비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주변 사람들 말을 듣고 새로운 장비와 기기가 있는 병원을 찾는다는 점에서 피부미용 의료기기의 국내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텍을 비롯한 국내 피부미용 의료기기는 써마지 대비 장비 가격이 적게는 30% 많게는 50% 가까이 저렴하다. 미국 최대 온라인 성형사이트인 리얼 셀프 닷컴 후기도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했음에도 해외 진출을 앞둔 만큼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가만 보면 갑자기 2배 가까이 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피부미용 의료기기 장비는 10년 동안 해외 진출을 위해 국내 시장에서 실적을 쌓아왔다"며 "원텍의 올리지오는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클래시스도 브라질 외 다른 국가로 새롭게 진출하는 초기 단계라는 점에서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했다. 시간과 열감을 줄이는 등 시술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도 꾸준히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해외 업체 대비 국내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만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스크린골프 사업을 영위하는 골프존도 주목하는 종목이다. 골프존은 코로나19(COVID-19) 이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몇 개만 꼽으라고 하면 그중에 골프존을 말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의 탑골프와 비견할 만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존과 탑골프의 시뮬레이터 영상을 수십차례 비교했다"며 "골프존이 탑골프 대비 타구 후 반응 속도가 2배 빠르고 그래픽도 선명하고 사실감 있다"고 했다.

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CPI가 떨어지더라도 어차피 제품을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구매한다"며 "골프존의 제품은 해외 경쟁사 제품 대비 절반 수준인 약 500만원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존은 최근 미국 골프 매니지먼트사 트룬(Troon)과 손을 잡고 스크린골프 사업에 식음료를 덧붙여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골프존 외에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인 에이치피오 (2,975원 ▼40 -1.33%)의 성장성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건강식품 중 하나인 유산균과 비타민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 연구원은 "에이치피오는 국내에서 이미지가 좋은 덴마크 균주를 가져와 프리미엄 가격을 받고 있다"며 "노이즈가 있어도 충분히 실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피부미용 의료기기와 소비재 외에 지켜보고 있는 종목으로는 치과용 의료기기 업체 레이 (9,200원 ▼160 -1.71%)와 안과용 의료기기 업체 휴비츠 (9,020원 ▼80 -0.88%)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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