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울리네" 안전문자에 놀랐다가도 외면…하루 새 15건 줄줄이 쌓였다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3.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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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전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다수의 안전안내문자가 연이어 발송됐다. 이날 발송된 안전안내문자들./사진=최지은 기자지난 11일 서울 전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다수의 안전안내문자가 연이어 발송됐다. 이날 발송된 안전안내문자들./사진=최지은 기자


지난 11일 서울 전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다수의 안전안내문자가 연이어 발송됐다. 그러나 여러 주체가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 전송하면서 오히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은 지난 11일 오후 3시20분 서울 전역에 호우 경보를 발효했다. 호우 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와 행정안전부, 산림청 등은 "산지와 하천 등 위험지역에 접근하지 않고 기상 정보를 확인해 대비 바란다", "위험지역에 접근하지 말고 반지하주택, 지하상가 등 바닥에 물이 차오르거나 하수구 역류 시 즉시 지상으로 대피 바란다"는 내용의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안전안내문자는 재난문자의 일종으로 폭염이나 황사, 호우 등 기상특보와 같이 안전에 주의가 요구될 때 발송된다.

시민들은 짧은 시간 비슷한 내용의 안전안내문자가 남발된 것에 대해 피로감을 드러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윤모씨(31)는 "일하는 동안 안전안내문자를 받았는데 너무 자주 보내고 내용이 반복되니 나중에는 확인을 안 하게 됐다"고 밝혔다.



광진구 구의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58)는 "이날 하루 동안 행정안전부, 서울시, 산림청, 경기도청, 강남구, 송파구로부터 안전안내문자 15개를 받았다"며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알려주는 건 좋지만 비슷한 내용만 남발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재난 문자가 쌓여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나 깜짝 놀랐는데 별 내용이 없었다", "두루뭉술한 내용을 자주 보내 경각심이 떨어진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같은 날 서울 동작구, 구로구, 영등포에는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처음으로 긴급재난문자(CBS)가 발송되기도 했다. 극한 호우란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 또는 3시간 누적 강수량 9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기상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극한 호우 시에는 기상청이 위험지역 주민에게 재난 문자를 직접 발송하도록 했다.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기상 정보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기상청에서 읍·면·동 단위로 안내 문자를 보내도록 한 것이다. 지난달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내년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는 데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내용을 충실히 채울 수 있도록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재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호우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 대피처 등은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더 자세히 알고 있기에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위기관리학회 부회장인 문현철 호남대 교수는 "안전안내문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유의 사항을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재난 문자를 보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문자로 정보를 주되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재난 관리 시스템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문자 발송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다면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육하원칙에 따라 위험지역과 대피 대상, 대피 장소까지 촘촘히 안내해야 한다"며 "7, 8월이 되면 호우 등으로 인한 더 큰 위험이 올 수 있으니 시민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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