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총으로 쏜 北…15년째 밝히지 못한 석연치 않은 죽음 [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전형주 기자 2023.07.1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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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금강산 피살사건 피해자인 박왕자씨. /사진=뉴시스금강산 피살사건 피해자인 박왕자씨. /사진=뉴시스


2008년 7월 11일 오전 5시. 네 발의 총성이 고요했던 금강산특구의 새벽을 깨웠다. 금강산 관광을 온 우리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관광객 박왕자(53)씨는 군사 시설 보호 구역에 발을 들였다가 북한 초병에 피격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박씨가 이른 아침 혼자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에 들어간 경위 등이 석연치 않아 많은 의문을 남겼다.

아울러 새벽이라 신원 확인이 어렵고, 초병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더라도 북한군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한 건 상상도 못할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군사 지역엔 어떻게 들어갔을까
피격현장 통제 펜스 사진. /사진=현대아산피격현장 통제 펜스 사진. /사진=현대아산
박씨는 사망 이틀 전 친구 3명과 함께 2박 3일로 금강산을 찾았다. 금강산특구의 비치호텔에서 머문 그는 이날 오전 4시30분쯤 혼자 숙소에서 나와 해변을 걷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등과 엉덩이 등 2곳에 관통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행은 오전 5시10분쯤 박씨가 사라진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다만 박씨가 평소 바다를 보고 싶어해 해돋이를 보러간 줄 알았다며 "두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아 현대아산(금강산 관광 사업자) 측에 신고하고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고 진술했다.


북측은 사건 5시간 만인 오전 9시20분쯤 남측에 "박씨가 군사 시설 보호 구역에 500m가량 진입했으며, 초병의 지시에 불응하고 도주해 사살했다"고 통보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박씨의 시신을 넘겼다.

남측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명령하고 금강산에 대한 관광을 중단했다. 또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보름간 조사로도 명확한 진상 규명은 하지 못했다. 알게 된 것이라고는 피격지가 북측의 발표와 100m쯤 차이가 있다는 것, 고인의 사망 시간이 5시 16분 이전이라는 것뿐이었다.

평범한 주부로 몸이 불편했던 박씨가 어떻게 철망을 넘었는지도 의문으로 남았다. 이에 대해 당시 금강산 생명평화 캠프에 참여했다가 이 사건을 목격한 이인복씨는 "철망이 숙소와 수직으로 바닷가 쪽까지 길게 뻗어 있었는데, 바다까지 닿지는 않고 중간에 끊겼다. 끊긴 부분에 모래 언덕을 쌓아놨다"고 회상했다. 철망이 중간중간 끊겨 있어 넘어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저는 이곳이 군사 시설 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관광통제선이라는 문구도 못봤다"며 박씨가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인 것을 모르고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하자…북한, 남측 재산 몰수

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인 해금강 호텔. /사진제공=통일부금강산관광지구 남측 시설 인 해금강 호텔. /사진제공=통일부
북한은 어디까지나 초병의 지시에 불응한 거수자를 사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씨는 비무장 민간인이었고, 의심을 살 만한 적대 행위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이 민간인에 대한 총격을 금지하는 제네바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북한은 남측이 금강산 관광을 중단했다는 이유로, 금강산특구에 있는 우리 기업의 재산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철거된 건물만 해금강호텔, 고성항횟집, 금강패밀리호텔, 간이주택, 아난티 콘도 숙박 시설 등이다.

금강산지구에 있는 우리 자산은 투자액 기준 총 4841억여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지난 5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시설을 철거 중인 상황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는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관계기관과 협의하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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