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켐비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를 분해하는 기전의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들이 증상 완화에 그친 것과 달리, 처음으로 경증 또는 초기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18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18개월간의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인지 저하를 27% 늦췄고,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제거 역시 확인한 것이 근거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알츠하이머 근본적 치료 가능성을 높인 레켐비를 통해 오는 2020년 8조2500억원에서 2026년 12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중심에 다시 서게 됐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캐나다, 중국, 일본 등에서 허가를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국내 식품의약안전처에도 지난달 허가 신청이 접수됐다.
'치매정복 가능성에 눈길→개발사 투자 유치 동력'…관련 CMO·진단 분야 수혜 기대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사들은 레켐비의 허가에 기대감을 보인다.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였던 치매 정복이 실마리를 찾은 만큼 추가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에도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곧 자본 유치와 직결된다. 줄곧 자금조달 부담을 안고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인 바이오벤처에겐 필수적인 동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적된 국산 신약 개발 고배에 자본시장 역시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개발사를 찾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난도 높은 치매 치료제 개발은 상대적으로 외면받기 쉽다"며 "레켐비의 행보가 시장 안착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개발사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레켐비의 불확실성 역시 후속 개발사들엔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대다수 국산 신약의 전략은 세계 최초 지위를 노리기보단, 형성된 시장에서 일정 부분의 비중을 취하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발 앞서 시장에 진출한 품목의 존재가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특히 레켐비는 아두헬름 대비 낮은 부작용 위험에도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10%대 뇌부종 부작용을 비롯해 임상 과정에서 발생한 3명의 사망자가 배경이다. 명확한 한계에도 허가를 얻어낸 레켐비는 후발 주자들의 개발 및 허가 전략에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이밖에 2025년 완공을 앞둔 5공장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수주계획을 밝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알츠하이머 진단 사업을 보유한 피플바이오, 퓨쳐켐, 듀켐바이오 등 치료제 개발사는 아니지만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에자이 역시 혈액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C2N과 협력했으며, 레카네맙 3상 과정에 이를 활용했다"며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확인을 위한 진단 기술 보유한 국내 기업들을 향한 관심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