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해임하고 차녀 선임"…'경영권 분쟁' 제일바이오, 내달 표대결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3.07.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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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배우자인 모친, 임시주총 소집 통보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동물의약품 전문업체 제일바이오가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장녀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하고, 차녀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한 표 대결이 예정된 주총이다. 창업주 부부가 차녀 편에 선 가운데, 다른 주주들이 손을 들어줄 이는 장녀와 차녀 중 누구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녀 해임하고 차녀 선임"…'경영권 분쟁' 제일바이오, 내달 표대결


7일 제일바이오 (2,080원 ▼230 -9.96%)는 소수주주 김문자(심광경 창업주 부인)씨로부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김씨가 지난 4월 법원에 신청해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주총이다. 이에 따라 제일바이오는 내달 주총에서 △사내이사 심윤정 해임 △사외이사 김재윤 해임 △사내이사 심의정 선임 △사내이사 이병창 선임 △사외이사 신남식 선임 △사외이사 박상민 선임 등 안건에 대해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제일바이오 관계자는 "내달 주총이 열리는게 맞다"고 했다.

주목할 부분은 심의정씨와 심윤정씨의 정체다. 심의정씨는 1977년 제일바이오(옛 제일화학공업)를 설립한 창업주 심광경 전 대표의 차녀고, 심윤정씨는 장녀다. 심의정씨는 성신바이오 부사장을 지내다 2016년 사내이사로 제일바이오에 합류했다. 6년간 재직하다 작년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심윤정씨는 가정의학 병원장으로 근무하다 작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이사회에서 심광경 창업주에 대한 대표 해임안이 가결되면서 새로운 대표에 올랐다. 즉 모친이 장녀는 사내이사에서 해임하고, 차녀는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표결을 실시하자고 제안한 자리란 얘기다.



제일바이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4월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심 창업주가 심윤정 대표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경영권 분쟁을 제기한 것이다. 심 창업주는 지난 4월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에서 해임된 뒤 크게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한 동시에 제일바이오 주식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에만 제일바이오 주식을 총 88만1652주 매수했다. 총 15억9243만원 어치다. 이에 따라 심 전 대표의 지분율은 한 달 새 7.82%에서 10.85%로 올랐다. 김문자씨도 잇따라 주총 소집허가, 의안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심 창업주에 힘을 실었다.

당초 이들은 지난달 임시 주총에서 분쟁의 결론을 내리려 했다. 이때도 안건으로 사내이사 심윤정 해임, 사내이사 심의정 선임 등 안건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제일바이오에서 돌연 "사내이사 후보가 배임 횡령 혐의에 휩싸였다(배임 횡령 혐의자의 사내이사 후보 불가)"면서 임시 주총을 철회하면서 표 대결이 무산됐다. 당시 제일바이오는 전직 전 임원인 심모씨, 이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제일바이오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은 김문자씨가 주총 소집을 통보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그 동안의 정황을 감안하면, 제일바이오 경영권 분쟁 구도는 '장녀 vs 심 창업주 부부 및 차녀'인 것으로 보인다. 심 창업주는 김문자씨와 1남2녀를 뒀다. 장남인 심승규씨는 한때 제일바이오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했지만, 2016년 대표이사 사임 후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최근 보유주식 대부분도 장내 매도해 현재 지분율이 0.03%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임시 주총에서 주주들이 장녀와 차녀 중 누구 손을 들어줄 지 미지수다. 이사 선임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을 충족해야 하는 보통결의 사항이다. 이사 해임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다. 장녀인 심윤정씨와 차녀인 심의정씨 지분율은 각각 5.23%이고, 김문자씨 지분율은 7.77%다. 장녀를 제외한 3인의 합산 지분율은 23.85%로 높은 편이 아니다. 또 소액주주 지분율은 63.69%에 달한다. 제일바이오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관련 "공시 외 전할 말은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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