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회장의 고백 "조용히 일본과 친하게 지낸 적 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3.07.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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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은행 회장, 한일관계의 바른 길 언급[오동희의 思見]

 진옥동 신한은행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포럼'에서 '기업인 발표' 연사로 나와 강연하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진옥동 신한은행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포럼'에서 '기업인 발표' 연사로 나와 강연하고 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내놓고 (일본과) 친한 척 할 수가 없어서 숨어서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포럼' 연사로 나와 한 말이다. 그는 과거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숨죽여 지낼 때도 있었지만 그 때조차도 할 일을 하는 게 기업가의 운명이라는 듯 이같이 말했다.

진 회장은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다. 2020년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 일본 미즈호 은행과 1차적으로 500억엔의 통화스왑을 하기로 하고 7월에 비밀리에 사인을 한 후 언론에 비공개로 하자고 합의했었다"며 숨어서 친하게 지낸 사례를 얘기했다.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은행간 통화스왑은 그동안 없던 일이다. 지난해에는 이를 더 발전시켜 한일 각각 몇개씩의 은행이 통화 스왑 규모를 정부간 스왑수준까지 함께 넓히는 협력을 추진했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컸으나 반일감정에 밀려 기업활동을 드러내지 못하고 숨어서 친하게 지낸 시간이 적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해외진출시 일본의 은행을 통해 달러와 엔화를 조달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기축통화가 아니고 변동성이 심한 원화로 거래하기 힘든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가들은 일본 금융기관 CEO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한일 정치 관계의 경색으로 이를 드러낼 수는 없었다.


이날 강연에 나선 한일 당국자와 기업인, 전문가들은 양국이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마쓰오 다케히코 일본 경제산업성 통상정책국장은 한일 반도체 분야에서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기업이 강점이어서 이 분야가 한국에 진출하고, 한국은 제조에 강점이 있어 이들이 일본에 진출해 상호 발전을 모색하자고도 했다.

양국이 전세계 LNG 시장의 3분의 1을 수입하는 만큼 에너지 차원에서 일본 JERA(최대발전사)와 한국가스공사가 협력해 양국의 구매력을 활용해 공동대응할 것도 주문했다.

양국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와 수소, 암모니아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함께 나서자고 했다. SMR(소형원자로), 핵융합에너지, AI, 양자기술 등 미래 혁신 기술도 협력해 세계경제를 함께 선도해나가자고도 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이 말한 것처럼 분명 두 나라가 힘을 합쳐 제3국에 공동진출할 경우 '리스크는 줄이고 성공확률은 높이는'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을 반영한 듯 이날 행사에는 국내 언론 외에도 사전에 신청한 일본 언론사 취재진 20여명이 몰려큰 관심을 보였다.

쟁점은 이날 각 발표에서도 나온 상호신뢰 문제다. 이날 발표에 나선 양국 기업인들도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호 신뢰이고 이를 위해 얼굴을 맞대고 교류하는 대면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얘기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이유는 상호 신뢰가 부족한 때문이다.

그 측면에서 일본 측 인사들이 국내 언론을 피하는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날 행사 직전 전경련 회관 컨벤션센터 2층 가넷(Garnet) 룸에서 VIP 티타임을 가졌던 양측 주요 참석자들은 후문 엘리베이터를 통해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이유는 "한국 언론과 마주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일본 측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한다. 민감한 이슈가 있는 시기에 혹여라도 문제가 될 질의응답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후문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원래 기자들은 우리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는 역할"이라고 웃으면 말했다.

한일 관계의 바른 길은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마주치는 것이다. 질문을 받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신뢰가 쌓인다. 그게 올바른 한일 관계로 가는 길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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