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스피 시총 1~10위, 매도 리포트 6개월간 '0건'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7.07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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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스피 시총 1~10위, 매도 리포트 6개월간 '0건'


올해 1~6월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한 코스피 시가총액 1~10위 종목 분석 리포트 1000여건 중 '매도' 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를 추천하는 '매수' 리포트 비중이 99.9%에 달한 가운데 '중립' 의견을 담은 리포트는 한 건에 불과했다. 코스피·코스닥 시총 1~10위 중 매수 리포트만 발간된 기업은 12종목에 달했다.

'매수' 리포트 99.9%… 목표주가 하향도 극히 드물어
6일 본지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와이즈리포트에 올해 1~6월 게재된 코스피 시총 1~10위 종목 리포트 1034건을 분석한 결과 매수 의견이 1033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종가 기준 이들 종목의 합산 시총은 984조5057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48.5%에 해당한다.



나머지 1건은 POSCO홀딩스 (374,500원 ▲9,000 +2.46%)에 중립 의견을 제시한 리포트로 매도 의견은 존재하지 않았다. 투자 의견과 목표주가를 담지 않은 리포트(58건)는 제외한 통계다.

중립 리포트가 발간된 POSCO홀딩스를 제외한 9종목의 경우 매수 리포트 비중이 100%였다. 삼성전자 (81,200원 ▼600 -0.73%)(158건)와 LG에너지솔루션 (363,000원 ▲19,500 +5.68%)(130건), SK하이닉스 (228,500원 ▼3,500 -1.51%)(111건), 현대차 (273,500원 ▲1,000 +0.37%)(109건), 기아 (123,500원 ▼100 -0.08%)(108건)는 6개월 동안 100건이 넘는 매수 리포트가 발간됐다.



목표주가 하향도 극히 드물었다. SK하이닉스 9건, LG에너지솔루션 8건, 삼성바이오로직스 (802,000원 ▼8,000 -0.99%) 8건, 삼성SDI (361,000원 ▲9,500 +2.70%) 7건, LG화학 (366,000원 ▲13,000 +3.68%) 6건, 네이버(NAVER (162,000원 ▲2,100 +1.31%)) 5건 등으로 목표주가를 내린 리포트가 10건 이상인 종목은 없었다.

코스닥의 경우 코스피보다 매수 리포트 비중이 작았으나 매수 의견에 편중된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매도 리포트는 4건으로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 (191,900원 ▲9,400 +5.15%)과 시총 2위 에코프로 (95,500원 ▲5,500 +6.11%)에 대해 2건씩 발간됐다. 올해 들어 폭등한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중립 의견이 각각 12건, 4건 제시됐다. 펄어비스 (43,600원 ▲500 +1.16%)의 경우 리포트 29건 중 15건은 매수, 14건은 중립 의견이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엘앤에프 (150,500원 ▲13,800 +10.10%),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의 경우 매수 리포트만 나왔다. 결과적으로 코스피·코스닥 시총 1~10위인 20종목 중 매수 비중이 100%인 기업은 12종목으로 집계됐다. HLB (69,800원 ▲10,700 +18.10%)셀트리온제약 (92,700원 ▼1,400 -1.49%), 케어젠 (22,100원 ▼350 -1.56%)은 발간 리포트가 없었다.


'관행 철폐' 요구한 금융당국… 리서치 독립성 확보 등 제도 개선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가운데)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가운데)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통계에서 드러난 매수 일색 리포트는 국내 증권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왔다.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 분석 기업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 투자자들로부터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비난을 받는 연구원들의 현실적인 애로점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매수 의견만 제시하는 관행이 굳혀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종목 추천에 매몰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27개 국내외 증권사 대표를 불러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 개선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리서치부서 독립성 제고를 위한 애널리스트(연구원) 성과 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방침을 밝혔다. 리서치 업무만 전문적으로 펼치는 독립리서치 업체 발전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국내 시장의 높은 매수 포지션 비중, 리포트 무료 제공 등 시장환경이 리서치 관행에 영향을 미친 점도 있다"며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는 시장 참여자의 인식개선 및 증권사의 보호 노력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중립, 매도 리포트 비중을 정해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의 규제는 검토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도 리포트를 일정 수준 강제적으로 쓰라고 하긴 어렵다. 최소한 중립 의견이라도 좀 더 많이 내는 방향으로 문화를 바꿔나가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리포트 유료화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충성 고객 중심으로 리포트를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 무료, 공개 방식으로 배포하다 보니 내용 충실도나 책임성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유료화, 고객 차별화 공급 등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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