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32개 필요한데 19개만 설치…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5일 사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단보강근(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점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지목했다.
홍건호 사조위원장은 "구조계산서는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사이즈는 얼마이고, 철근은 몇개 필요한지 등을 담은 것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구조전문가가 작성한다"며 "설계를 총괄하는 건축사가 이걸 보고 도면을 그리는데, 구조계산서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조사를 맡은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원인 규명과 유사 사고 방지대책 등 사고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청문조사에서 GS건설이 낸 자료에 따르면 무량판 구간 기둥 399개소 중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경우는 370개소로 파악된다. 그런데 설계에서는 255개소가 누락됐다. 여기에 더해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은 부분은 37개소에 달했다. 결국 전체 370개소 중 78%에 달하는 292개소에서 전단보강근이 빠진 것이다.
잘못 시공된 상태에서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치에 미달했고, 지하주차장 위에 조경 작업을 위해 쌓아 둔 모래가 기준치 이상으로 하중을 가하면서 사고가 났다. 홍 사조위원장은 "콘크리트 저항력이 약했더라도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치됐다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을 것으로 계산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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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철근 누락' 몰랐다…정기안전점검조차 안해첫 단계인 구조설계부터 잘못됐다고 하지만, 철근이 누락된 사실을 아무도 잡아내지 못한 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서 검토를 맡는 GS건설, 설계서를 승인하는 LH, 감리자 등 사고가 나기 전에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청문 과정에서 GS건설과 감리자는 "확인하지 못했다", "검증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게다가 GS건설은 골조 완료 시까지 지하주차장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고, 감리자도 확인하지 않았다. 안전관리비 중 4100만원을 근로자 출퇴근 셔틀버스 임차비용으로 엉뚱하게 사용한 일도 드러났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기업 건설사에서 정기안전점검을 안 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라며 "구조설계가 잘못됐다는 점을 두고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일 텐데,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는 관리자들의 잘못이 크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어느 주체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러 법률 규정이나 실제 역할 분담 등을 보고 책임 경중 문제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물 붕괴 과정 /사진=국토부
이어 콘크리트 강도 기준치 미달과 관련해서는 "최초 납품 시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다"며 "현장 양생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파악되므로 현장 양생 공시체 시험기준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