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生 MZ애널리스트들이 뜬다…증권사 리서치 세대교체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07.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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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흐름에 강점. IT, 엔터테인먼트, 게임, 의류 등에서도 젊은 감각으로 분석

SK증권 사옥SK증권 사옥


"90년대생이 온다."

최근 증권사들이 젊은 90년대 애널리스트 발탁에 앞장서고 있다. 급변하는 증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파악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시장에선 IT(정보기술)부터 신성장 산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젊은 애널리스트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SK증권 리서치센터에서 90년대생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발탁됐다. △설용진(금융) △형권훈(섬유/의복) △한승한(조선/중공업) △김도현(정유/화학) △조준기(시황) 연구원 등이다. 이들이 발간한 첫 분석 보고서는 남다른 시각이 담겼다는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허선재(스몰캡), 이규익(철강) 연구원도 케이프투자증권에서 자리를 옮겨 SK증권으로 합류했다. 이들도 90년대생 젊은 애널리스트들로 케이프투자증권 시절부터 높은 주목을 받았다.

올해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오면서 생긴 변화다. 최 센터장은 지난해까지 신한투자증권에서 베테랑 반도체 산업분석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다가 SK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센터장과 함께 박형우(IT), 이동건(바이오), 강재현(투자전략) 연구원들도 올해 SK증권에 합류했다.



최 센터장은 "부지런하고 열정있는 리서치센터를 만들기 위해 경력직도 젊은 애널리스트들을 위주로 뽑았다"며 "중소형사 리서치센터지만 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해 좋은 성과를 내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증권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도 90년대 애널리스트들이 전진 배치됐다. 교보증권에선 △안유동(조선) △김동우(인터넷/게임) △박성국(엔터테인먼트) 연구원, 메리츠증권에선 △이지호(방산/스몰캡) △장재혁(철강) △최병욱(패시브·ETF) △박수연(FX·원자재) △임제혁(채권) 연구원 등이 활약 중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젊은 애널리스트 발탁에 앞장서는 건 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IT, 중공업, 제조업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게임, 의류 등에서도 젊은 감각으로 기업의 성장성을 파악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는데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이같은 변화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형주 스몰캡 분석에도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생 애널리스트들의 전진 배치로 애널리스트 기피 현상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의 발달로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투자자가 늘어나자 애널리스트들 보고서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젊은 애널리스트들을 투자자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증권가는 기대한다.

통상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정규직 보조연구원(RA) 생활을 거친다. 2년 이상 선임 애널리스트로부터 실무교육을 받고 정식 애널리스트가 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의 경우 모든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분야별 실무 지식을 RA들에게 직접 전수한다. 이후 매년 3월 말 승격 시험을 열어 RA들이 애널리스트로 데뷔할 수 있게 한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핵심 경쟁력은 인적 자원"이라며 "외부 수혈 없이 자체 애널리스트 양성 시스템을 확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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